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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Oct 10. 2021

[방콕 연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

사랑을 의심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사랑학개론

브런치를 돌다가 '소설' 한 편을 접했다.

첫 장면은 여자 사람 '여름'이 이제는 사랑이 식어버린 연인에게 자신의 서운한 감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연애의 시작과는 달리 너무 달라져 버린, 너무 변해버린, 어쩌면 사랑이 식어버린지도 모를 남자에게 여자는 묻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여자는 남자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는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물론 여자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애 시절 나는 연애 선수이자 연애 고자였다.

연애 선수는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었고, 연애 고자는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아는 데도 꽤 오래 시간이 걸렸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해.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명백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쉽게 정의 내릴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랑은 실로 어려운 거니까.'


 활활 타오르던 20대를 지나 30대를 거쳐 40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젊은 연인들의 사랑싸움은 귀엽고도 안타깝다. 

 '그래..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과거니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나고 나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금사빠'다. 사람의 작은 한 모습에 반하고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자주 많이 빠지고, 쉽게 그 사랑에서 빠져나온다.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식는다. 한 가지 모습을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작은 흠 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한 때는 그런 나의 모습이 혹시 '바람둥이 기질'이 아닐까 스스로 걱정하기도 했었다.


 두 번의 이별과 결혼생활을 견디면서 나는 '바람둥이'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스스로 뿌듯해졌다.

나는 그냥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한 편으로는 애정이 고픈 '애정결핍'이 있는 평범한 여자였다.


 연애의 시작은 달콤하다. 사랑의 시작은 설레고 두근거린다. 좋은 느낌이다. 사랑의 진전은 스스로를 태우는 뜨거운 불길이다. 처음 시작되는 연애의 달콤함과 뜨거운 불길 속에 있다 보면 그 느낌이 좋아 중독이 되어버린다. 뜨거운 한증막에 있다 보면 그 기온이 평범한 것처럼 익숙해지는 원리처럼 말이다.

 그리고 연애 기간이 지속되면서 그 불길은 점점 사그라들고 적당한 온도를 지니게 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적당하니 기온으로 나가면 우리는 순간적인 한기(?)를 느낀다. 그리고 다시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연애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연애를 지속하느냐? 이별을 선택하느냐?'


 누군가는 '사랑이 변했다.'며 상대를 의심하고,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한다.

 누군가는 그 안정적인 사랑을 유지하며 '자신의 삶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린다.

  금방 깨지고 짧은 연애만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자이고, 오래가는 연인들의 경우 후자인 경우가 많았다.


 연애가 오래가려면 일단 '나 자신을 잃으면 안 된다.'

 상대가 좋아 상대에게만 매달리다 보면 상대방도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연애기간이 지속되다 보면 상대가 변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랑을 포기했다. 어떤 사람은 변심을 순순히 인정했고, 어떤 사람은 변심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은 둘 다 끝나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가 변심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아도 이제는 그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랑을 의심하고 변심을 의심하는 순간, 사랑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그만 충격만 가해도 그 사랑은 와장창창 무너져 버린다. 적어도 내가 경험해본 사랑들은 그랬다.


 '권태기'라고 불리는 어마 무시한 녀석은 많은 연인들의 사랑의 갈등에서 매번 승리했다.

나 역시 그놈의 '권태기'에게 늘 KO패를 당했다. 이길 수 없었다.


 한 남자는 연애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을 찾아가는 것 모습을 느끼며 나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고 인정했다. 나 역시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무뎌지는 상대방에 대해 그 남자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사랑에 서툴렀고, 그중에서 나는 서툰 데다가 고집조차 셌다.


 사랑을 잃고 나는 분노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슬퍼했다.

 사랑을 잃고 나는 후회했다.

 사랑을 잃고 나는 다짐했다.

  

 "사랑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하고, 이별이 오거든 후회 없이 보내주자고"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은 웃으며 다시 내게 찾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사랑을 두고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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