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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Oct 10. 2021

[방콕 연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2)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는 여자에게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는 남자.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한 남자에게 열띤 구애를 받았다 그녀가 그 남자에게 마음을 돌린 순간 그 남자는 떠나갔다. 여자는 생각했다. '역시 사랑을 믿으면 안 돼.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돼.'

 여자는 남자에게 농락했다고 생각했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소개팅을 주선했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따뜻해 보이는 여자의 미소가 좋았다. 그녀와 이야기를 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런데 어딘가 슬퍼 보이는 듯한 여자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남자와 여자는 이야기를 끝내고 헤어졌다. 둘은 연락처를 교환했으며 다음에 또 얘기하자며 헤어졌다.

 남자는 여자의 연락처를 들고 한 참을 고민했다. 여자는 오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연락을 기다렸다. 그녀가 막 포기했을 즘에 남자는 여자에게 연락을 했다. 


 남자에게 이미 관심이 떠난 여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염치없는 거 알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돼요?"

 여자는 남자의 간절한 호소에 의아함과 궁금증을 느꼈다. 이전에 남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 남자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의 부탁대로 한 번 더 그와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둘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둘은 어제 헤어진 친구처럼 여전히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가 마음에 들었다. 남자의 마음은 진실해 보였고, 여자는 서서히 남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둘의 연애가 진해질수록 여자는 새로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 사랑하는 느낌이 낯설지만 너무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단속했다.


 '그래도 아직 마음을 다 주지 말자. 마음을 다 주었을 때 그가 떠나면 슬퍼질 때니까...'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항상 다잡고 불안해 떨었다. 


 둘은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미래에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정원이 달린 집에서 개를 키우며, 아침에는 여자에게 모닝커피를 대접하겠노라 자신했다. 여자는 남자의 말이 마음에 드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먼 훗날 이 시간이 참 그리워질 것 같아."

 "먼 훗날?"

 허공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그녀를 향해 그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대꾸했다.

 "그냥 이 순간이, 이 공기가, 이 커피 향이, 그리고 당신 목소리, 표정, 그런 모든 것들이"

 "왜 그리워? 갑자기 왜 당장 헤어질 사람 같은 소릴 하고 그래."

 "아니, 지금 너무 행복한데... 너무 좋은데... 만약 우리가 헤어지면 이 순간이 나중에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헤어질 생각을 왜 해?"

 여자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금방 굳어버렸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달래듯 그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연애를 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지. 그런 생각도 없이 갑자기 헤어지면 그땐 너무 슬프고 당황스러울 것 같아. 그래서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는 거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데, 왜 헤어질 생각을 해? 나랑 헤어질 생각 하면서 만났던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의 속마음 고백에 남자는 화기 난 듯했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미안해. 그냥 나는 지금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느낌이야. 그래서 그랬어.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바보같이.. 그런 생각을 왜 해. 나는 너랑 쭉 같이 살 건데."

 "평생 이렇게 쭉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줄게."

 남자는 여자의 곱실거리는 긴 머리카락을 만졌다. 남자의 손길을 느끼며 여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꿈이 설사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순간부터는 최선을 다해 사랑할게.'

 여자는 오랫동안 입고 있던 단단한 마음의 갑옷과 마음의 방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말 편안해졌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여자와 남자도 여느 연인처럼 편안한 단계가 되었다. 어느 날 남자는 여자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나 음악을 해볼까 하는데...."

 "갑자기 음악은 왜? "

 여자는 갑작스러운 남자의 말에 당황했지만 침착하려 애를 썼다

 "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한 번 해보면 살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여자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남자가 음악을 하게 된다면 둘의 만남의 횟수는 줄어들 거고, 그녀와 그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인 게 좋았다. 

 "뭐... 하고 싶다면 해야지."

 여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이 몹시 어두워졌다. 남자는 여자의 표정을 살폈지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접을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통보였다. 여자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자는 남자의 시작을 응원하면서도 불안해했다. 그녀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누군가 웃고 떠들 그를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계속 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내려놓았던 두꺼운 방패이자 갑옷을 벗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와 그녀의 시간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그녀는 남자가 음악을 하는 사이에 그를 기다렸다. 그를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 조급하고 초조해졌다. 마침내 그녀는 그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여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자는 침착하려고 노력했으나 떨리는 마음과 심장은 그녀를 더욱 경솔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좋은데, 당신은 이제 아닌 거 같아."

 여자가 남자를 향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슬픈 표정을 보더니 이내 달려와서 여자를 위로했다. 

 "무슨 소리야. 아니야."

 남자는 사랑이 변한 것은 아니라면 부인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마음이 변해가고 있는 도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달라졌어. 예전과....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돼. 잘 생각해봐. 정말 원한다면 내가 놓아줄게."

 여자는 드라마에서 봤던 이별 장면을 떠올리며 남자에게 얘기했다.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남자는 단 한 마디도 변명하지 않았다.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남자는 고백한다,


 "널 만날 때마다 항상 떨리고 즐거웠어. 뭘 할까. 무슨 얘기를 할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매일매일이 행복했어. 그런데 정신을 차려 내 나이를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는 곧 시험도 봐야 하고"


 "그래. 알아. 그랬어. 그리고 당신이 지금 얼마나 바쁘고 또 얼마나 행복해하는 지도 알아. 그래서 슬퍼. 당신이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데 내가 그걸 환영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어. 속 좁고 쪼잔하기 싫은데 실제로 속이 좁고 쪼잔한 나라서 싫어."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널 좋아하지 않는 건 아냐. 여전히 널 만나면 기쁘고 설레고 즐거워. 그런데 뭐랄까 처음에 느꼈던 두근거림 떨림이 없어진 건 사실이야. 네가 동생 같고, 이제는 가족 같아. 너와 함께 있는 건 늘 즐겁지만..."


 여자는 더 이상 남자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잔인하게도 여자에게 더 이상 '여자로서 설렘이 없어졌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키고 싶었다.


  여자는 이제는 여자가 아닌 '동생'이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이제는 가족 같아서 싫다고 한다. 여자는 믿을 수 없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자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쿨하게 남자를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덕분에 행복했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 거야. 나도 물론 잘 살 거야. 우리 꼭 행복하게 살자."

 

 여자는 사랑했던 남자의 행복을, 그리고 자신에 대한 행복을 빌며 남자와 이별을 선택했다. 

'그 사람이 마음이 변했다는 걸 내가 말하지 않았다면, 우린 아직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대다수의 시간을 뒤늦게 후회를 하며 보냈다. 그저 조심스럽게 시간이 흘렀으면 어쩌면 지나갔을지 모를 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불같은 사랑'에 중독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와의 권태기의 길목에서 이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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