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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글] 내 마음인데 왜 멋대로야?

주제 : 마음에 대한 글 쓰기

by 연두씨앗 김세정
마음을 가지면 아플 일도 많은데... 괜찮겠어?


어린 시절 봤던 오즈의 마법사라는 만화에서 3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뇌를 가지고 싶다는 허수아비, 마음을 갖고 싶다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갖고 싶다는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도 사자도 다 이해가 되는데, 오직 한 명 양철 나무꾼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이 갖고 싶다고? 왜? 마음을 가지면 가슴 아플 일도 훨씬 많을 텐데...'


나는 사춘기가 시작된 10대 중반부터 마음을 없애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마음이 쇠처럼 강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예 얼음처럼 차가우면 어떨까?


나는 날마다 마음을 때리고 두드려서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내 맘과 다르게 쉽게 녹고, 마음대로 부서져 버렸다.


내 마음인데 왜 이렇게 제 멋대로일까?

도저히 마음은 머리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는데, 마음은 멋대로 울어버렸다.

나는 울고 싶지 않은데, 마음은 마음대로 울어버렸다.

내 마음은 내가 원하지 않는 가장 나약하고, 못난 모습으로만 움직였다.


내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사람도 나고,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도 나였다.

낮에는 실컷 송곳으로 찌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밤이 되면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약을 발라주었다.


책을 읽어도, 노래를 들어도, 영화를 봐도 마음은 항상 제 멋대로였다. 조절할 수 없는 마음 때문에 나는 마음에 휘둘린 채로 살았던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그 말랑말랑하던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굳고 나니 마음이 말랑 거릴 때가 문득 생각났다.

자주 흔들리던 마음은 자주 불행했고, 자주 행복했었다. 그에 비해 굳어버린 마음은 쉽게 불행하지 않았고, 쉽게 행복하지도 않았다.


마음이 조금 단단해져서 좋았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보다 더 단단해질 거라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말랑말랑했던 그 마음이 그리울 때가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지금의 조금은 딱딱해진 마음이 참 좋다.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마음

거짓 친절에도 속지 않을 냉정한 이성

지나친 관심에도 무너지지 않을 차갑고 강한 심장"

내가 가지고 싶은 3가지

- 2009년 5월 29일 일기장에서.




글쓰기 2.0프로젝트 4주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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