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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쉼표> 탈모가 시작됐다!

딸아, 너는 엄마가 부끄럽니?

by 연두씨앗 김세정


항암 14일 차

예정된 탈모가 시작했다.

삭발을 하러 가기 전, 머리를 감고 말리는 과정에 평소보다 2배나 많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드라마 따라하기!! 나 좌절해야하니? ㅠㅠ


'날짜 한 번 기가 막히군.'

조카 돌잔치에 예쁜 머리를 마지막으로 진짜 머리 대신 가짜 머리로 살아야 한다.


"윤아, 엄마 대머리가 되어도 엄마 좋아해 줄 거지?"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싫어."

"싫어도, 엄마가 아파서 머리를 밀어야 하는데? 엄마 머리 없다고 안 좋아할 거야?"

"응 머리 없으면 싫어"

"너!!!! 너무해!"


물론 예상을 못한 건 아니라서 사실 슬프지도 않았다.

'싫겠지, 나도 싫었는데 뭐.'

누군 대머리가 좋아서 머리 미나? ㅠㅠ

약 10년 전쯤 내가 20살 중후반일 적, 친정엄마가 유방암 판정을 받으셨다.

딸 하나는 이제 막 결혼을 했고, 딸 하나는 이제 막 연애를 하고 있었으며, 아들은 군대에서 제대한 후였다.


나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기에 본가에는 가끔 들렸었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머리 밀고 집에서 두건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민머리도 괜찮을까?"

"가발을 쓰면 되지 않아?"

철부지였다.

그때 엄마는 버럭 했던 것 같다.

"집에서도 내가 가발을 써야겠냐!"



어차피 엄마는 우리가 뭐라고 해도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실 분이셨다.

나는 그저 보이는 것만 신경 썼던 거 같다.

항암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그로 인한 머리카락의 실종이 얼마나 가슴 아픈 지, 20 후반이 되어서도 모르는 철부지 딸이었다.


그런데, 고작 8살인 딸이 뭘 알겠나, 이해한다.

그런데, 아주 조금 고얀(?) 마음이 들었다.

'요 녀석, 너도 100일 땐 대머리였거든?’


100일 탈모 아기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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