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씨앗 Feb 03. 2023

그림과 글 사이...

브런치를 계속하는 이유...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고 글을 쓸 수 없었다.

밝고 좋은 글을 쓰겠다는 내 결심과는 다르게 어둡고 칙칙한 생각만 자꾸 들었다.

어느 정도 치료과정이 끝나고 마음이 정리가 되었지만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았다.

취미로 그리던 그림은 계속 그리는데.. 글은 왜 안 써졌을까?


그림은 이렇게 쉽게 그리는데, 글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어릴 때부터 나는 사실 글보다는 그림을 좋아했었다.

글보다는 그림이 훨씬 빠르고, 고민도 덜 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 내가 그림보다 글을 선택한 이유는 남들보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였다.

어릴 적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은 많이 들었지만 나는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그 당시 미술학원은 비쌌고, 그림을 제법 잘 그리는 나에게 미술학원은 보낼 필요가 없는 학원이었다.

나는 지금도 미술학원에 가는 꿈을 꾼다.


엄마는 말하셨다.

미술을 꼭 업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미술이 배우고 싶으면 그때 가서 네 돈 벌어서 가라고!!!


아이가 셋인 집에서, 미술에 아주 큰 재능이 없는 내가 미술 학원을 다니겠다는 것은 사치였다.

미술을 하려면, 학원비도, 미술재료비도 은근히 많이 든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 깨달았다.

성인이 되어 내가 돈을 벌면 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번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미술학원을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색연필을 사서 그리기 연습을 했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건 어린 시절의 나였는데.. 그 어릴 적 칭찬(?)을 잊지 못하고 미술에 매달리는 게 아닐까? 미술에 대한 소질은 이미 없어졌고, 이제 와서 시작해도 다른 사람은 따라갈 수 없을 텐데... 정말 취미로 미술을 하고 싶긴 한 걸까?


다시 붓을 놓고, 미술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미술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많았다.

태교를 한다며, 재봉틀을 배우기도 하고, 캘리그래피를 배우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뭘 만드는 걸 좋아했다. 새로운 뭔가? 혹은 기존을 바탕으로 재창작하는 것을 제법 잘했다.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면서, 첫째에게 예술적 기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도, 만들기도 뚝딱뚝딱 잘하는 것이 어릴 적 내 모습 같았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어릴 적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을 거면 이 정도 실력이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아이와 미술, 만들기를 하며 내 욕구(?)를 채웠다. 좋았다. 엄마가 된 나는 미술재료에 돈을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 붓도, 클레이도 원하면 살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건 아까워도, 아이 교구라 생각하면 살 수 있었다.  

아이의 미술이 아닌 내 미술 장난감을 사면서 비로소 나는 행복해졌다. 아이패드!

기술 발전과 더불어 기계가 나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나는 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내가 딱 원하는 그림은 그 정도였다.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을 그리거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처럼 그림처럼 그릴 수 있는 것!


하지 않던 인스타그램을 깔고, 그림을 올렸다.

약 1년 동안 3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갔다.

브런치에서 처럼 게시물마다 하트가 따라왔다.

어떤 ‘좋아요’에는 관심이, 어떤 ‘좋아요’에는 안부가 어떤 ‘좋아요’에는 그저 클릭이 담겼다.


1년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보다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글쓰기가 재능이 없나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1시간 걸리는 글 대신, 15분 걸리는 그림을 자주 그리게 되었다. 한동안 브런치는 있고 열심히 인스타만 하고 있었는데, 이 매크로가 나를 그리워한다며 반겨준다.

이게 바로 내가 브런치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그게 비록 ‘진짜’가 아니라도 그 ‘메시지‘하나가 나로 하여금 글을 끄적이게 만든다.


글이든, 그림이든, 누군가가 내 작품을 좋아해 준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이 비록 매크로일지라도.

누군가는 돈도 되지 않는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쓴다고 비웃기도 한다.


나는 말한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는데.. 그것이 ‘내 가치’라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언젠가 그 둘을 합쳐서 동화책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갈 길이 너무 멀다.....ㅠ ㅠ)



작가의 이전글 이까짓게 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