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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r 07. 2023

어느 브런치 작가의 고백

나도 좀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었다.


있어 보이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도 남들처럼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도 남들처럼 읽기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나도 남들이 읽은 만한 재밌는 글을 쓰고 싶었다.


쓰고 싶은 글을 내 맘대로 쓸 때는 힘들 것이 없었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보며 설레던 날도 있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좋은 글만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넣어두고 싶었다.


"글 쓰기가 어려워..."

친구에게 건넨 고백이었다.

"그림은 빠르면 15분 길어도 1시간도 안 걸려.. 인스타에 올리면 오며 가며 보는 지인들이 하트 눌러준다? 그러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 그런데 브런치에 글 쓰려면 최소한 30분 아니, 고치는 것까지 하면 3시간 이상 걸려. 그리고 라이킷을 받아도 그게 진짜 내 글을 읽기나 했나? 의심이 들기도 해. 그냥 조회수 올리기 위한 도장 같은 생각도 들고..."


친구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친구를 응원했다.

"꼭 해봐. 좋아.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좋은 공간이야."

"다른 플랫폼도 좋겠지만 글쎄, 뭔가 좋은 독자들이 많은 곳?"


나는 브런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제는 일정하면 좋겠지만 굳이 하나만 정하지 않아도 돼."


브런치에서 처음 쓰기로 했던 글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는데... 

이것저것 쓰다 보니 잡동사니 창고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공간처럼 멋진 공간을 만들려고 했더니 힘들다.

힘 빼고 쓰자.

원래 나는 그리 힘주는 글쓰기를 하던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힘을 빼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명에 걸린 이름 석자도 빼버렸다.

브랜딩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름도 걸고, 사진도 걸고 작가가 되기 전 멋진 공간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욕심이었다.

이름도 빼고, 사진도 빼니 훨씬 가벼워졌다.



브런치에 잘 쓰는 글은 널렀다.

좋은 책들도 서점에 널렸다.

그래서 당분간 쓰고 싶은 걸 자유롭게 쓰기로 했다.


"일단 써! 뭐라도 좀 쓰라고!!"

"허허... 잘 안되네."


건강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니 다시 쓰기로 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글에는 내가 담겨있다.

아무거나 일단 쓰자.


아프고 났더니 밀려서 못 쓴 여행일기가 너무 아쉬웠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

그래서 이제 정보가 아닌 추억이 된 여행이야기...


남의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그래서 당분간 브런치가 좀 지저분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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