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소녀였고,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딸이었을 당신에게...
글쓴이 B : 삼 남매의 장녀, 별명은 여우(어릴 때 여우짓을 많이 해서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어느 순간 곰(?) 녀로 돌변한 캐릭터.)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밤.
불을 끄고 거실에 누운 우리 삼 남매와 엄마는
지나간 일에 대해 얘기했다.
그날의 주제는 ‘도시락’
엄마의 도시락까지 4개를 싸야 했던 바쁜 엄마의 아침
엄마는 무심결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받아온
메뚜기 튀김을 도시락에 넣었다.
나와 여동생은 도시락을 열자마자 황급히 닫고는
엄마가 반찬은 깜빡하셨다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어린 남동생은
맛있는(?) 메뚜기 튀김 반찬을 놓고
밥을 먹으려는데
친구들이 달려와 메뚜기 튀김을 가져가
여자 아이들에게 던지는 바람에
선생님께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하나의 사건에도...
서로의 기억도, 받아들이는 상황도 다르다.
그때는 억울하고, 창피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니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어릴 적 엄마 노트에는
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애들 키우며,
직장 다니며,
삶이 고단해지면
엄마는 시를 쓰신 것 같다.
엄마의 영향일까.
나도 어릴 때부터 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뭐든 언니만 따라 하던 따라쟁이 동생도
글을 썼다.
'난 큰 딸이니까, 살림밑천이니까...'
그런 생각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기보다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 공대에 진학했다.
동생은 글을 쓰겠다며
문창과에 진학했다.
우리의 전공은 서로 다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글을 쓴다.
예전에 동생이 내 블로그를 보더니
같이 연재를 하자고 했다.
‘엄마’에 대해 쓰자고.
우리들의 엄마와
우리 아이들의 엄마에 대해
내가 한 편, 동생이 한 편....
그리고 엄마의 시를 꼭 실어주자고
출판까지 하자며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