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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Aug 24. 2016

[엄마의 정원] 1. 엄마의 탄생 A

임신이라는 준비 과정을 거쳐 '출산'을 통해 비로소 엄마가 된다.

[엄마의 정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첫째 딸과 둘째 딸이 각자 쓰는 엄마 이야기, 차녀 편



     

‘엄마는 어떻게 엄마가 되었을까?’

그리고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가 되었을까?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출산’이다.


여자는 임신이라는 준비 과정을 거쳐 ‘출산’을 통해 비로소 엄마가 된다.



임산부 시절, 마지막 호사 = 만삭사진

임신과 동시에 내 아이를 위해 엄마인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그것도 희생이라 생각했었다.

 임산부에게 해로운 음식을 찾아서 피했고,

몇십 년간이나 날마다 입에 달고 다니던 커피도 끊었다.

평소에 거들떠보지 않았던 운동을 시작했고,

좋아하는 댄스가요 대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엄마 연습이 시작되었다.



 배가 불러와 만삭이 다가올수록 몸 구석구석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아기만 나오면 다시 몸이 가벼워질 거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많은 육아 선배들은 웃으며

“배 속에 있을 때가 천국이라고...”

말했지만 당시에 나는 그 말뜻을 알리 없었다.

 

임산부가 된 나는 날마다 운동장을 걸었고,

임산부 요가와 아쿠아로빅을 병행하며

임신 전보다 유연함과 건강함을 얻었지만

35주에 병원을 찾은 나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역아’였다.

 쉽게 말해 아기가 뱃속에서 거꾸로 있다는 것인데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한 것이 아깝긴 하지만, 어쩌면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기가 나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동안 건강한 신체에 대한 아쉬움과 출산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분만의 고통’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주셨던 출산 3종 세트를 들은 나로서는 어쩌면 수술은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출산 스토리는 이러했다.

 2개월이나 일찍 나온 언니는 준비 없는 첫째라서 고통이 심했고

둘째인 나는 분만 예정일을 2주나 넘기고 나올 생각을 안 해 유도분만을 했는데도 꼬박 3일이 걸렸으며,

가장 쉽게 분만할 줄 알았던 셋째 남동생은 덩치가 누나들보다 훨씬 컸기에,

체격도, 골반도 작은 엄마가 낳으면서 너무 고생을 한 탓에 하반신 마비가 올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 엄마의 출산 스토리 끝에는

‘세수, 너도 날 닮아서 골반이 작아서 애 낳을 때 힘들 거야.’였다.

     


 그래도 가능하면 자연분만이 애한테도 좋고,

산모한테도 좋으니 아이가 제대로 되돌아서 자연분만을 하는 것도 생각해보았으나,

우리 딸은 나름 뚝심이 있었다.

한 번 자리를 잡은 후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결국 나의 첫 딸은 예정일도 못 채우고 12월 말 경에 의술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왔다.

(예정일이 1월 달인데, 역아이기 때문에 1월 달까지 기다릴 수 없다길래, 어쩔 수 없이 12월 생이 되었다.)


 솔직히 나의 출산 스토리는 별 게 없다.

오죽하면 우리 신랑은

"우리 마누라는 애 낳으러 가서, 코 골며 잠만 자더라고요."

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경악했었다.

(수술 후, 정말 나는 코를 골았다. 수면 마취였고, 밤 새 조리원 짐 싸느라 3시간밖에 못 자서 정말 피곤했었다.)



그. 러. 나

배를 째고, 아이를 꺼냈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나 죽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고통스럽게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쉽게 낳았다는 건 큰 오산이다.

만삭 수술 직 전, 나름 날씬한 발가락~


수술 후, 팅팅 불어 ' 모두 모여라 발가락'  시기


(아름답지 못한 발가락 사진이지만, 나름 고생한 사진...)





찢어질 듯 배 아파서 낳은 건 아니지만, 배를 찢어서 낳았기 때문에 아팠다.

(누군가는 자연분만에 비해 제왕절개가 우아한(?) 출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똑같이 아프다. 그냥 참는 거다.)


아기를 낳기 전에 아프거나, 낳고 나서 아프거나...  

난 그냥 후자 일 뿐...


어쨌든 나는 엄마가 되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의존하는 ‘껌딱지’를 갖게 되었다.

     

 

꽤 귀여웠던 나의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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