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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Sep 01. 2016

[엄마의 정원] 2. 엄마의 탄생 B

장녀 : 남자들에게 군대이야기가 있다면, 엄마들에게는 출산이야기가 있다!

                                    

 [엄마의 정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첫째와 둘째 딸이 쓰는 엄마의 이야기 ,  장녀 편



남자들이 군대이야기로 친해진다면,   

여자들은 출산이야기로 친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극한의 고통을 극복한 그 스토리는   

때론 슬프고, 때로는 아프고, 뒤늦게 창피하고, 이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그런 스토리 하나 쯤은 있고말고...)


나의 엄마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아휴, 내가 너 낳을 때 생각하면..."
 "내가 왕년엔 44사이즈였잖아. 둘째 낳기 전까지."
 
 엄마가 지인들과 이런 수다를 시작하면 우리는   

"에이, 엄마 또 시작하셨어."를 외치며 슬쩍 자리를 비켰다.   

그 당시 엄마의 출산스토리는 그다지 와닿지도 않는 현실감없는 미래의 이야기였고,  

내게 엄마는 '안녕 자두야'에 나오는 엄마처럼 전형적인 아줌마의 이미지였기에  

엄마가 날씬했다는 이야기 또한 믿을 수 없었다.   

급하게 구한 포털 사이트에 떠있는 자두 엄마

365일 진행되는, 아니 몇 십년 간 이어지는 엄마의 다이어트는 도무지 진전이 없었기에   

예전에도 지금의 엄마 몸매였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은 엄마가 날씬했다는 것을 사진으로도 이미 확인했고,

엄마가 쏟아내던 많은 무용담이 실제였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대략 30여년 간 내가 들어온 엄마의 출산 스토리는 이러했다.  

3남매의 첫째였던 나는 임신중독으로 여덟 달을 못 채우고 태어난 미숙아였다.

임신중독으로 배는 산 만해서 아이가 엄청 클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태어난 나는 너무 작고 외소했다더라.  

3남매의 둘째인 여동생은 예정일을 지나버리고도

애가 너무 느긋하게 안 나와서 고생했고, 낳고나서 너무 힘들어 정신을 잃었다더라.   

3남매의 막내인 남동생은 정말 초우량아라서 제왕절개를 했어야 했는데

의료시설이 발달한 시절도 아니고 시골이었기 때문에

뭣도 모르고 자연분만했다가 일시적 하반신 마비로 너무 고생했다는 이야기.

 (들으면 낳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뿐....)

 
 그땐 코웃음 친 이야기가 내가 애를 낳고 보니,   

진통이 오면 혼자 병원에 가서 애를 낳았다는 엄마의 얘기가 생각났고,  

엄마는 출산에 대해 공감해줄 사람 하나 없이 애를 낳고 키웠을 생각에 마음이 애잔해졌다.
 
 2010년, 첫 아이를 임신한 나는 아기가 뱃속에서 생기면 10달 후에 순풍 세상에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생긴 걸 아는 순간 이미 한 두달은 지나있었고, 

아기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아이가 건강한지, 

내 몸 상태가 정상인지를 확인하는 각종 검사들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임신 12주쯤 실시하는 정밀초음파 검사(목투명대 검사)부터

아기가 다운증후군 위험 수치가 높다면서 겁을 주는 바람에 양수검사까지 받았다.

임신한 배 속에 바늘을 찔러 넣어 양수를 뽑아 검사하는 양수검사가 끝이 아니었다.

나는 막달까지 2차 초음파검사, 임신성당뇨 검사, 말기초음파 검사 등

마지막 출산까지 각종 검사들에 마음 졸여야 했다.
 
 그렇게 10달이 지났다. 진통을 왔고, 나는 아이를 만날 준비를 했다.
 통증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무통주사 맞았으나,

천국이라던 무통주사조차도 허리 쪽에 오는 강력한 통증은 막을 수 없었다.

무통주사 부작용인지 통증이 계속 될 수록 어지럽고 구토가 나왔다.   

‘출산이 진행되면 밥 못 먹으니 실컷 먹자.’  

병원오기 전까지 꾸역꾸역 먹었던 저녁밥이 원망스러웠다.  

구토가 너무 심해 내 내장을 끝을 보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입에 비닐봉지를 달고 출산을 진행했다.

(난 내 내장의 끝을 본 적 있어~ 내 가슴 속은 답 답해졌어~~~~♬♪~)


우리 부부는 양가에서 모두 맏이였던 터라 첫 손주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도 컸다.  

때문에 언제 손주가 나오는 지 지켜보겠다며

내 머리 위에서 날 내려다 보는 시댁과 친정 식구들 때문에 몸도 마음도 괴로웠다.

결국 눈치빠른 간호사님이 나타나 친정엄마와 신랑만 남기고 모두 대기실로 보냈고,

비로소 나는 안정을 찾았다.    

엄마는 내 어깨와 손을 주물러주시며 몸이 많이 아플 테니 이렇게라도 하면 통증이 좀 덜할 것이라고 하셨다.  

엄마의 손은 참 따뜻했다.

엄마의 따뜻한 손을 느끼며 나는 토끼 같은 내 미니미를 만났다.  


아기는 '불탄 고구마'마냥 빨갛고 조그만 아기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간호사가 내 가슴에 아기를 올려놓자, 꼬물꼬물 작은 녀석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아기의 따뜻한 체온과 그 묵직한 무게 덕분에

나는내가 엄마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출산의 고통이라는 것은 말로는 설명이 불가한 거였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낳았을 것이다.  

다들 보면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데,

그땐 그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덜컥, 나도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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