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바람]
예전에는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매일같이 밖에 나가 생활하는 일 누군가의 말을 끊임없이 들어주는 일 같은 것 전자는 아마 외향적임과 내성적임의 중간에 있는 내 성격이 유독 변덕을 부리는구나 정도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야기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고 있기 좋아했던 내가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는 건 그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어 오며 분명 나의 내면에도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생겼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동안 수도 없는 말들을 들으며 살아왔고 그만큼 나도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고 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누군가의 말로 인해 내가 변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동시에 내 말로 인해 누군가가 변하는 일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어쩐지 늘 제자리만 맴도는 상황의 반복 같아 가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살아가며 가장 먼저 학습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인지 호의적이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말해도 될 것 같은 사람한테는 기분 좋게 많은 걸 늘어놓게 된다 가끔은 나 혼자 너무 많이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돌이켜 보니 그러한 관계는 분명 시간에 비례함은 아니었다 알게 된 지 오래된 사람도 아니고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도 아니었다
요즘도 내게서 많은 이야기를 뽑아내는 사람들은 나와 아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인 것 같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 물론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일 테고 그들 또한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겠지만 내가 어떠한 말을 한들 그것을 어디에 가서 중요한 일의 주제로 사용하지는 않을 만한 사람들이라는 거 이러한 관계가 가장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 걸 어떡하나
나는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떤 대화의 화두가 되고 싶지도 않으며 남들을 반드시 이기겠다며 덤벼들기도 싫고 묵묵히 해야 할 일만 잘 해내며 조용히 살고 싶은데 말이다 매일 나가던 것도 반으로 줄이고 끊임없는 말들 속에선 꼭 필요한 것들만 축적하고 집중해야 할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고 챙기고 싶은 내 사람들만 데리고 가며 적당히 그렇게 적당히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적당한 것 그리고 평범한 것 왜 하필 나는 이토록 어려운 걸 절실히 꿈꾸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