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ᴇᴘ. 19 청각의 중요성

[소리에 예민한 여자였어]

by 달그림자



생각해 보니 나는 음성의 잔울림에 꽤나 약한 사람인 것 같다 오감 중에서 가장 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후각이라고 하는데 돌이켜 보면 나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기게 하는 건 후각이 아닌 청각이었다


청각은 여타 다른 감각과 연관되어 기억까지 동반한다 청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소리만 독립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시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기억이 복합적으로 따라온다 오래전 들었던 노래 같은 것들 음악의 힘이 무섭도록 끈덕지게 지속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감각이 열려 있던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잊지 못하고 그 당시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과 사건들 그리고 사소한 시간들까지 생생한 느낌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에게 노래가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음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놓은 시와 같다’라고 말할 것이다 음성이라는 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함과 동시에 선지자의 숭고함 같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고귀한 음성의 메시지에 의해 사람의 인생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한다 진심과 사랑이 가득 담긴 언어는 결국 타인에게 닿게 되므로 나는 늘 최대치의 사랑을 담은 문장을 조금 더 다정하게 입 밖으로 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싶다 이토록 청각적 경험에 이르는 일은 살아가는 데 있어 몹시 중요하면서도 나를 흥분시키는 일임엔 확실하다 상대방에게 매료될 때도 겉으로 보이는 어떠한 것보다 다정한 음색에 빠지게 되면 이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이쁜 만이겠는가 글을 쓸 때도 문장 속에 청각을 활용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청각을 잘 활용하게 되면 더욱 생동감 있고 기억에 남는 문장이 탄생한다 날마다 나는 모든 청각을 열고 내게 느껴지는 온전한 것들에 집중해야겠다 다짐한다 아 그리고 더 늦기 전 올해 나와 약속했던 또 다른 언어인 수어를 배우는 일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겠다 열심히 배워 내가 느끼는 청각의 아름다운 감각들을 모두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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