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일을 하다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어김없이 여행 사진첩을 뒤적여본다 일상의 힘이 되는 여행의 순간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서늘했던 공기와 공기에 은은하게 퍼져있던 가을의 냄새 사소한 바람결까지 더해져 추억의 그날은 낭만이 된다 난 혼자 여행 중이었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찍어주셨던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진심이 담긴 사진 한 장 정리 안된 머리카락은 삼손 같으나 (사실 가려져서 더 나은지도) 어쩐지 나에게선 보기 드문 슬픈 눈빛의 사진이라 더 마음에 드나 보다 혼 여행의 즐거움을 나열해 보라면 입이 아프겠지만 역시 가장 큰 즐거움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과 미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겨버린 우연한 사건들 때문이 아닐까
홀로 떠나는 여행은 불안과 자유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불안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자유 속에서 불안을 느낀다 전자에서 용기를 후자에서 신중함을 얻기에 그래서 혼자가 된 두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함께하고 싶어서 혼자가 되었다” 세상에 너무 멋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