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ᴇᴘ. 30 무너지는 것

[그것 또한 창조의 기술이 아닐까]

by 달그림자



나는 자주 무너진다 멈추기 위해 책을 읽는 것처럼 우리가 자꾸만 무언가를 쌓는 이유도 결국에는 무너지기 위해서다 사랑과 사람 지식과 경험을 언제까지 쌓기만 할 수는 없다 살면서 가끔 완전히 무너지고 싶은 날이 우리를 찾아온다 그럴 때는 나중 일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영영 일어서지 못할 사람처럼 무너지는 것도 좋다 그 무너짐이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든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이든 일상과 사람에 대한 것이든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소중하게 쌓아 올린 그것들을 모조리 무너뜨린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다 무너뜨린 그 자리에서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다시 생명이 자라고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 나는 알고 있다 이성을 놓으면 감성으로 살 수 있고 그때 보이는 세상이 얼마나 근사한지 그렇게 다른 세상을 만나 몰랐던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근사하게 무너지는 것도 창조의 기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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