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내 인생에서 음악과 책 영화는 꽤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해 왔다 막연히 시간의 총량으로만 따져도 잠자고 일하는 것을 제외하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시간이 지금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경험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었다 문학과 예술에 심취해 있는 것은 도태된 주관으로부터 삶의 객관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나는 그것이 참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일련의 행위들은 내가 속한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얻은 참된 조언들로 나의 주관을 더욱 견고히 쌓아가기 때문이다 때때로 멀어져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마치 잃어보면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곤 하듯이 가끔 내 삶이 정해진 운명 속에서 한정된 선택지들을 부여잡아야만 하는 가혹한 일상이라는 기분이 들 때 문학과 예술은 그 가치를 발휘한다 우리가 지금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나의 주관과 함께 누군가의 사고를 고루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 객관성이란 것은 닫혀 있는 틀인지도 모른다 하나 무엇에 얽매여 있지 않는 자 결코 자유의 달콤함을 알지 못하듯이 우리가 객관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주관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함일 테니 말이다
결국에 좋은 가르침이란 누군가의 경험과 나의 사고가 수많은 교차점을 지나며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의견일 것이다 때로는 삶이 너무 버거워 막연히 시간의 맨 뒷장에 혹시라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답안지를 훔쳐보는 일을 상상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시를 읊조린다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누군가의 고민을 엿보고 타인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본다 예술은 그러한 것이다 나의 사고로 누군가에게 생각의 여지를 제시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폴 발레리의 문장은 고작 몇 개의 단어와 글자들로 명명백백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호명하고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말처럼 나 또한 이것이 오늘날 내가 쓰고 읽고 바라보고 숨 쉬는 모든 가치의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는 본인 삶의 주인공이 맞지만 가끔씩은 반대로 관객이 되기도 해야 한다 내 삶의 객관성을 지닌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의미다 어느 날 우리의 삶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 객석에서 쏟아지는 찬사 속에는 오롯이 나의 박수도 포함되어 있어야 하니까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가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존재에 대한 희미한 맥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