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일기 중]
아주 가끔은 그런 기분이 든다 길을 걷고 밥을 먹고 다양한 일들도 잘 해내며 자주 웃기도 하며 일상을 보내지만 좀처럼 이 자리엔 내가 없는 느낌 이렇게 조금씩 흐려져가다 완전히 투명해져서는 모습은커녕 향기도 없이 증발해 버리면 어쩌지 덜컥 나를 잃는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해버리고 만다 주말이 다가오는 건 즐거운데 마냥 이렇게 급히 흘러가는 시간이 두렵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져 버린 걸까 늘 가슴 벅차도록 행복하진 않더라도 나름대로 흐트러지지 않고 정갈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나를 헤아리는 일만큼은 쉽지가 않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까지 곧이곧대로 구겨져 있으면 안 되지 하며 애써 다짐한다
삶이 행복해야 한다는 열망이 나를 더 큰 무기력 속에 가둬두는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그 말을 밖으로 꺼내는 순간 나의 현실을 인정해 버리고 마는 거니까 근심들을 시계태엽처럼 감아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간들 돌아오는 것은 결국 단조로운 권태감이려나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걸까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적적하면 적적한 대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게 늘 따뜻한 의미를 선사해 주고 싶었다 내 가슴은 태어나 단 한 번도 그친 적 없이 두근거리고 있는데 그 변함없는 움직임 속에 조용히 멎어버린 대상은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외로운 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