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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ix Jan 04. 2024

Felice Toscana 1.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4 - 03302023 

아름답고 풍요로운 토스카나의 시작

# 서울 편입, 지방분권, 지역문화  

최근 한국에서 서울 인근 경기도 도시들의 서울 편입 이슈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포, 하남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의 도시들을 서울시로 편입시키는 체제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제안이 그것인데, 행정구역 상으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동일한 생활권으로 간주되는 지역들을 서울로 통합시켜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말한다. 이와 같은 메가 시티 정책은 이미 해외에서 많이들 채택하고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 실행되고 있는 메가 시티 정책과 달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는 사실상 서울 편입을 통한 인근 도시 주민들의 자산 가격 상승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 외에 별다른 기대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자원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집중도를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에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이제껏 틈만 나면 지방분권,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 균등 발전 등의 구호를 걸고 각종 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되어 왔지만 그 무엇도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진 적이 없다. 놀라울 만큼 수도권 집중도가 강해져 왔을 뿐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 문화의 부재, 지역 간 다양성 내지 차별성의 부재 등 문화적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천년 이상의 시간 동안 중앙집권체제가 이어져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오랜 중앙집권 체제는 동아시아 3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물론, 교통과 통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생을 살다 세상을 떴던 과거의 경우 지역만의 토착 문화가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전해질만큼 입신양명, 출세를 위한 서울-수도 중심의 가치관은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70년대엔 급속한 경제 개발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었고, 21세기 이후 저성장 시대엔 산업 지형의 변화와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인해 청년들의 서울 집중은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서울과 지역 간 문화예술적 격차는 수적 질적 모두 엄청나게 벌어져서 이젠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한 서울-수도권 집중은 결국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겪게 되는 치열한 사회적 경쟁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여 출생률 최저라는 현실로 이어졌다. 또한, 지역 균형 및 다양성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고, 실제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들에서 여러 가지 다양성이 사회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아름다운 유럽의 소도시들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나 

내가 본 여행기 연재를 통해 늘 언급하는 것이 지역문화, 지역의 차별성과 다양성 등이다. 이러한 특성은 단지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의 어떤 나라를 가든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이 가진 지역 중심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 지역, 도시별로 나뉘어 있다 근현대로 접어들면서 통일국가가 된 경우들이 다수이고, 이러한 역사로 인해 강한 지역색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또한 마찬가지로 현재 단일국가로 통일된 지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토스카나에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소도시들 또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할 수 있는데, 시에나(Sienna),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피엔차(Pienza) 등의 유명한 소도시들이 과거에 각 도시국가의 수도였고, 그 지역의 자원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조성하였기에 작지만 특색 있고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가진 과거 봉건영주제 내지 도시국가 시대의 역사가 마냥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다만, 지역을 중시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문화가 있기에 모두가 찾고 싶어 하는 여행지로서의 이탈리아를 만들어내었다는 것과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조응하여 현대 국가로서의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말로는 지역 균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 현상은 그렇지 못한 우리와 비교할 때 과연 우린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서울-수도권 집중은 과연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 더할 나위 없다. Agriturismo. 

피렌체에서 식은땀 나던 운전을 경험하고 밤길을 달려 예약해 놓은 아그리투리스모가 있는 피엔자로 향했다. 거의 밤 9시가 되어 도착한 우리의 숙소는 Agriturismo Marinello(https://maps.app.goo.gl/b4j4c64VVxF1H2kE7).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는 농업을 뜻하는 Agricoltura와 관광을 뜻하는 Turismo를 합친 말로, 이탈리아 전역의 농장 내지 농가에 묵는 민박을 칭하는 용어다. 우리말로 하면 일종의 농촌 민박이라 할 수 있는데, 농장이나 농가에 버려져 있던 헛간, 축사 등을 개조하여 숙소로 제공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대부분 도시의 외곽이나 시골에 위치하고 있고 농장이나 목장을 끼고 있기 때문에 경관이 수려하고 매우 한적한 분위기에 자체적으로 수확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식사나 와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묵었던 아그리투리스모 마리넬로 또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리셉션에는 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과 치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비록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숙소 부근의 풍경을 감상하기 어려웠지만 숙소의 내부 구조와 시설은 매우 훌륭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원목 재질의 가구들, 그리고 넓은 침실과 욕실, 넓은 침대 등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은 후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늘 푸른 초원과 드문드문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 저 멀리 보이는 옛 도시의 경관 등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숙소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출입문 현관 앞에서 찍어본 풍경.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사이프러스 나무가 환상적이다. 

숙소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전날 밤에 예약해 둔 아침 식사가 도착했다. 이 지역과 농장에서 생산된 식재료들로 구성된 아침 식사 메뉴는 토스카나의 풍요로움과 신선함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특급호텔의 룸서비스가 전혀 부럽지 않은, 토스카나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린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소도시들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역에서 생산한 과일, 채소, 우유 등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구성한 아침 식사. 화려하진 않지만 신선하고 상쾌한 아침 식사였다.  

P.S.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남북간의 격차가 매우 심한 국가에 속한다. 이 또한 통일국가 수립 과정에서 북부 지역에 산업 기반을 집중한 결과라 들었다. 여행 기간 동안 남부로 내려갈수록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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