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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Jul 10. 2023

18개월 아기와 나고야 여행 - 2

노산일기

나고야는 에어비앤비나 다다미형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이 비즈니스 호텔이라 중간방을 택한다고 택한건데도 숙소는 좁았다. 이렇게 일본 특유의 좁은 호텔은 남편은 처음 겪어보는지라 미리 예고를 여러 번 했음에도 놀라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서 호텔 내에 대욕장을 가장한 소욕장이 있었고 엄밀히 온천수는 아니었지만 나름 암반수? 같은 거라고 탕이 있는 것을 특화시킨 호텔이다보니 어메니티가 어마어마 했다. 어찌나 입욕제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무제한 제공되는지 가방에도 몇 개 챙겼다.


이거 먹으러 일본 왔다해도 무방한 아사히 생맥주를 마시며 보는 시티뷰도 나쁘지 않다.


남편은 세상에서 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7시에 눈을 떠서 모닝 맥주를 마시는 걸 보고 정말 징하다 싶었다.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코메다 커피가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고 하여 아침 공기를 마시며 슬슬 걸어갔다. 일본에선 의외로 아침 일찍 여는 커피숍이나 밥집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코메다는 7:30이면 연다고 한다(분점마다 다른 듯). 생각보다 빵이 너무 맛있었고 커피는 무난했다. 꼭 단팥잼 옵션을 골라야 한다.


전기쟁이 출신인 남편은 전기과학관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 과학관을 찍고 전기과학관도 슬 둘러보자 싶어 걸어갔으나 오픈시간까지 살짝 여유가 있어 근처 놀이터를 찾았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놀이터를 온다는 것은 다른 일정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


일본인 부모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격하게 논 뒤.. 제일 마지막으로 놀이터를 나왔다. 그냥 아점이나 먹으러 가자.. 무슨 전통상점가거리들을 지나지나.. 예약해 둔 된장 돈까스 집을 찾았다. 11시 오픈이라 여유있게 10:50쯤 왔는데도 열댓명 정도 줄을 서 있다. 예약확인도 안하는 걸 보니 그다지 의미가 없나 싶었다.


아.. 생각보다 더 맛있다.. 튀김, 돈까스, 우동 뭐 이런 류들은 일본이 잘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후 식곤증이 몰려든 우리는 근처 커피숍을 찾았으나 한결같이 담배를 실내에서 필 수 있는 형태라.. 너구리굴 문을 열었다가 들어갈 시도도 못하고 근처 공원에 캔커피를 뽑아 잠시 자리를 잡았다. 12시까지 이미 맥주 네 캔을 먹은 남편은 갑자기 졸리다고 했고 윰차에서 잠든 아이 옆에서 잠시 눈을 붙이겠다고 한다. 나는 공원에 놀러나온 사람들을 구경했다.


여름 기간만 아니면 일본의 날씨는 꽤나 여행하기 좋은 것 같다. 5월의 날씨는 햇볕이 강렬했으나 그래도 적당히 선선했던 덕에 쇼핑도 하고 휴식도 하고 슬렁 슬렁 시간을 보냈다.


목이 마르다며 또 맥주를 찾으시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 이자까야처럼 생긴 식당을 찾았다.


후코콰의 닭날개는 다시 찾아갈 정도로 맛있었는데 원조격인 나고야의 닭날개는 어떤 맛일까 싶어 첫번째 메뉴로 주문을 해 본다.

후추맛이 강한 오븐 구이스러운 맛이다. 담에 닭날개를 사다가 후추 소금간만 해서 오븐구이를 해 봐야겠다 싶었다.


몇가지 주전부리를 먹고 쇼핑길에 나섰다가 또 놀이터가 눈에 띄고 말았다. 아이의 몸은 이미 반쯤 유모차에서 탈출했다.

일본 놀이터 투어 온 기분이다. 놀이터도 여럿 돌다보니 구조 안정성, 창의성 등에 대해 관심있게 관찰하게 된다. 아이는 자기 나이도(주제도) 모른채 갑자기 밧줄 다리를 타겠다고 난리다. 다칠까 몸을 잡으니 자기가 하겠다고 쌩 난리다.


선생님들이 놀랄 정도로 밥을 많이 먹는 아기가 통통하지 않은데는 쉬지 않는 활동성이 한 몫을 한다. 자기보다 훨씬 큰 5살 정도로 보이는 언니 오빠들을 압도하는 활동성이다. 미끄럼틀 앞을 막자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본다. 내 새끼는 한 명인데 놀이터만 가면 왜케 아이들이 같이 놀려고 하는지, 여기서도 모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다른 언어를 쓰니 그 조차 신기한가보다. 이 와중에 남편은 잔디에서 누워 주무신다…


이래저래 세 명 다 진을 빼고 대망의 저녁식사 장어구이를 먹으러 간다. 장어구이는 꽤 비싼 곳에서 여러 번 먹어 봤는데 원조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제일 유명한 장어집은 예약이 불가해서.. 웨이팅이 싫은 나는 그냥 그나마 평점 좋은 곳에 예약을 했고 이곳이 아마 나고야에서 손꼽히는 곳은 아닐수도 있지만 그래도 분위기 감안 이곳을 선택했는데 구글에서 본 사진보다 실제 가게가 더 이뻤다. 아기랑 온 것을 보고 큰 단독방을 내어준다.


아… 정말 맛있다…. 장어덮밥 좋아 하시는 아빠가 생각나는 맛이다. 아빠 모시고 한 번 오고 싶은데.. 아빠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분위기도 맛도 서비스도 최상인데 아기는 피곤한지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장식품으로 도자기들이 방에 놓여져 있었는데 깰까 무서워서 아기 꽁무니 쫓아다니느라 장어가 코로 들어갔다. 옆방까지 쳐 들어가 징징이다. 밥 다먹고 나오면서 진심의 스미마셍을 전했다.


빨리 숙소로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지고 아이도 씻기고 재우려고 했더니 또 정신이 번쩍 드시는지 깨알 방정이 시작이길래 나고야역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해서 동선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그 유명하다는 나고야 마네킹도 보고… 편의점 털이를 마지막으로 여행이 끝났다.


아기가 클 수록 여행 난이도는 높아지지만.. 그래도 지나면 다 재미있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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