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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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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Apr 11. 2022

예술가로 사는 것

느린 정원

2015년도였던가 고된 노동에 몸과 마음이 너무 상했는지 철도 씹어먹을 것 같던 내가 병원 입원까지 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었다. 오랜 타지살이를 잠시 쉬자 싶어 간소하게 짐을 싸서 고향 부모님 댁에 가게 되었는데 일주일 만에 아니 이건 뭐 정신병까지 더해지겠다 싶더라.


의사가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살려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대학생 때 유럽여행을 안해봤으니 이 참에 유럽이나 돌아보자 싶어서.

그런데 막상 비행기 티켓은 끊었는데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때만 해도 참 젊은 편이었구나. 유럽여행 책자 하나 덜렁 들고 줄여도 줄여도 10키로 이하로는 줄지 않는 배낭을 짊어지고 비행기를 탔다(그땐 몰랐다.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서양인들은 체구와 체력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또한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군인아저씨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를. 여행은 캐리어가 답이다).


내가 중학생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이었던가가족들과 함께 유럽미술관 일주를  미술사를 전공하신 분께서 쓰신 책이 처음 나왔다. 나이가 드니 기억의 정확도도 떨어지고 시간감각도 엄청나게 무뎌지니 찾아보는 노력을 뒤로하고 일단 글을 쓴다.

그 당시에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술사 관련 책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그 책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고 고야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고야와 관련한 서적들도 찾아봤었더랬다.

지금이야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 않게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만한 친구가 거의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일방적인 정보 제공 정도의 대화랄까…

어쨌든 그 책을 보면서 나도 세계 미술관 투어를 꼭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번 여행에 그 꿈의 일부를 실현해 보자 싶었다.


여행 일기는 아니니까 여행의 기억들은 생략하고.. 수많은 미술관을 돌며 책에서나 보던 대작들을 보먀 나는 그 그림들 앞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더랬다. 그림에 압도되기도 했고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싶을 정도로 행복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아 역시 난 그림 안 그리길 잘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잘 그릴 자신이 없었다. 그것도 이제야 시작해서.


-그림을 대단히 잘 그리고 싶은가?

-그림으로 돈을벌고싶은가?

-나 그림 좀 그려~ 정도의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은 건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로 행복함을 느끼기 위함인가


내가 왜 그림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가를 매우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해봤었더랬다. 근데 난 그냥 그림이 좋더라. 돈을 번다든지 명예를 얻고 싶다든지 그런 다른 목적이 생기면 그 사랑에 오물을 묻히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러려면 자본력이 바탕이 돼야 마음 편하게 호작질을 하든 뭘 하든 하겠더라고.

내가 미술관 돌면서 좋아하는 그림들을 골라서 작가들 뒷배경을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한결같이 다 부유한 집안분들이셨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그림이 다 편안하더라니..


뭐 여튼 난 그림이 정말 좋다. 감상하는 거만으로도 마음이 막 벅차오른다. 평생의 좋은 친구로 삼고싶다. 그게 어떤 방법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지난 추억들로 나의 아이와 다시 여행길에 올라 좋은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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