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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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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11. 202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노산일기

회사가 남자친구와도 같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

이꼴저꼴 보다 못해  이상 함께   없다 싶어 퇴사를 했는데 홀가분   같았던 마음  켠이 이상하게 아려온다. 함께한 지난 시간과 내가 쏟았던 사랑,  모든 것을 이곳에 남겨두고 돌아서는 것에 발걸음이 자꾸 멈칫한다. 그만한 회사 없다 싶다 생각될 무렵 혹시나 회사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결국  남자와 헤어졌던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겠거니 싶어 재회를 거절한다.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회사가 부도가 날 뻔한 때에 겪게 되었다. 내 인생의 30%를 쏟은 회사가 없어지리란 사실은 그만큼의 시간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에 가까웠다.


그리곤 그제서야 깨달았더랬다.

일과 자아의 분리가 필요하다.

일 위에 자아가 먼저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기대어 서 있는 관계는 위태롭다.


나는 자아를 찾기 위한 길 중 하나로 결혼을 선택했다. 내 가정, 내 삶이 갖고 싶었다.

그리곤 또 다시 결심한다. 이 가정을 오래도록 잘 유지하기 위해 내가 먼저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육아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처음 다짐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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