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회사가 남자친구와도 같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
이꼴저꼴 보다 못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 싶어 퇴사를 했는데 홀가분 할 것 같았던 마음 한 켠이 이상하게 아려온다. 함께한 지난 시간과 내가 쏟았던 사랑, 그 모든 것을 이곳에 남겨두고 돌아서는 것에 발걸음이 자꾸 멈칫한다. 그만한 회사 없다 싶다 생각될 무렵 혹시나 그 회사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결국 그 남자와 헤어졌던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겠거니 싶어 재회를 거절한다.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회사가 부도가 날 뻔한 때에 겪게 되었다. 내 인생의 30%를 쏟은 회사가 없어지리란 사실은 그만큼의 시간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에 가까웠다.
그리곤 그제서야 깨달았더랬다.
일과 자아의 분리가 필요하다.
일 위에 자아가 먼저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기대어 서 있는 관계는 위태롭다.
나는 자아를 찾기 위한 길 중 하나로 결혼을 선택했다. 내 가정, 내 삶이 갖고 싶었다.
그리곤 또 다시 결심한다. 이 가정을 오래도록 잘 유지하기 위해 내가 먼저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육아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처음 다짐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