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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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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12. 2022

장기간 유축 수유의 길을 가는 산모들께

노산일기

** 이 글은 지속적으로 유축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몇몇 불굴의 의지를 가진 소수의 산모를 위한 글이니 대상자가 아닌 분들은 이곳을 지나쳐도 무방합니다.


** 오랜만의 노산일기 본연의 취지에 맞는 글을 씁니다.


애초부터 분유통이 습관화 되어 모유직수가 어려웠던 아이 때문에 유축기 사용이 불가피 했던데다, 워낙 모유량이 적어 유축 때마다 한 시간씩 가슴을 쥐어 짜서 고생도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 나중에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따위의 말은 하지 않겠지만 비슷한 경험자들이 있다면 서로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 위로 받고 싶다 생각은 들더라.


나는 150일 전후로 유축을 마무리 하였다. 슬슬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유축과 병수유와 이유식 만드는 일을 다 병행할 자신이 없었다.


워낙 임신 전에 살이 갑자기 많이 쪘던 탓인지 막상 임신때는 겨우 5키로 밖에 늘지 않았고 출산 직후에는 바로 살이 빠졌었는데, 젖량을 늘리겠답시고 먹어댄 음식들로 임신 때보다 몸이 불어 지금까지 그 살을 고이 간직하고 계시다는 슬픈 이야기.


남들은 150일의 유축기간이 짧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인간마루타 마냥 별에별 시도를 다 해 봤던 기간이었다.

기록의 민족, 후대의 유축 산모들을 위해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기억들만 몇 가지 남겨보려고 한다.


젖양을 늘리려면

-> 미역국만한 것이 없는 것 같음. 흑염소즙, 흑염소 수육, 흑염소 탕을 시작으로 도가니탕, 설렁탕, 해신탕, 탕타라탕탕탕 탕자로 끝나는 수많은 음식들을 먹어보았으나 젖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음식은 미역국인 것 같음.

흑염소는 정말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것이 먹으면 바로 입맛이 그렇게 돌더라. 살찌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음식임.


잦은 유축기 사용으로 살이 쓸렸다면

-> 유두 전용 연고가 있음. 양배추 크림 같은 것도 나쁘지 않았음. 어쨌든 모유에 연고가 스며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약사의 권고에 따르는 것이 좋음.

-> 유축을 하지 않을 때 가재수건으로 또아리를 만들어 가슴을 보호하는 방법도 도움이 됨. 유두보호손수건링 이렇게 검색하면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음. 매우 쉬움.

-> 유축  100% 오가닉 압착 올리브유를 살이나 기구의 마찰 부분에 발라주면 좋음. 올리브유가 모유와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다고 (출처를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꿀팁이었음.


가슴마사지


초기

-> 바로 젖을 물렸어야 하는데 코로나 특수로 골든타임을 놓쳤고 워낙에 대단한 치밀유방이라 여아의 힘으로 젖을 먹기가 쉽지 않았음. 가슴을 풀어주는 마사지 받는 고통은 출산의 고통에 맞먹었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했다 싶음. 조리원에서 받았는데 가슴 마사지 전문점에서 받는 것이 더 좋을 듯함.


중기 젖막힘

-> 별도의 글에 언급했지만 최악으로 치닫기 전 미리미리 남편카드를 쓰는 것이 가장 좋으나 불가피할 경우 가슴 마사지 전문점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됨. 이 또한 너무 묵혀서 찾아가면 나처럼 바늘로 유두를 뚫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단유

이젠 단유마사지라는 것이 워낙 필수코스처럼 인식이 되었지만 그 비용이 회당 8만원 정도로 장기코스로 이용하기에는 나에게는 조금 무리가 있는 비용인데다 어차피 병아리 눈물처럼 나오는 젖 단유마사지라는 호사를 누릴 필요가 있나 싶어 혼자 시도해 보았음. 물론 이 또한 남편카드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어서이기도 했음. 단유는 한 달 이상을 계획하고 시작했으나 젖이 모지란 나는 한 달 안에 끝났음. 하루 유축 횟수를 3~4일 단위로 5->4->3->2->1로 줄이고 그 다음엔 이틀에 한 번 3일에 한 번 식으로 계속 줄임. 3번 유축 땐 이미 말년병장 느낌으로 젖이 일을 제대로 안하기 시작함. 2번으로 줄였을 땐 생리도 시작함. 젖몸살 1도 없었음.


150일 유축을 마무리한 지금, 내 가슴은 탁구채로 병행이 가능할 것 같이 늘어져 버렸다. 살이며 가슴이며 비루해진 몸뚱아리를 보며 눈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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