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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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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15. 2022

이앓이

노산일기

우리 아기는 정말 순하다.

내가 비록 애를 처음 낳아 보았지만 그러한 사람도 알 수 있을만큼 순하다. 굳이 예를 들자면 태어나서부터 목욕할 때도 한 번 운 적이 없다. 병원이나 조리원에서도 너무 이쁨 많이 받은 대신 다른 예민한 아이들 덕에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항상 방치가 되어 있어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자주 데려와 안아주곤 했었더랬다.

이런 아이라면 과장 안하고 나 혼자도 셋은 키우겠다 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겪는 밤중수유 같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워낙 무역회사에서 수년간 24시간 종년처럼 일했던 경험 덕에 주중에는 남편 도움 많이 안 받고도 그럭저럭 홀로 육아를 수월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하나 보다.


그런 우리 아이가 이앓이가 시작된 것 같다. 그렇게 울고 안자고 보채고 칭얼거린다. 남편이 너무 둥기둥기해서 버릇이 나빠진게 아닐까? 라고 했지만 우리 애가 이 정도면 진짜 아픈 걸꺼야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시작인데, 세상 살아가며 아픈 일 힘든 일 많을텐데, 엄마가 다 해결해 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될텐데, 옆에서 지켜봐주기만 하는 것, 손 잡아 주는 것, 그거면 될까?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을까?


애기들은 하나씩 애착인형이 있다는데 우리 애기는 딱히 인형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길래 얼마 전에 인형을 안고 사랑해를 알려줬더니 곧잘 따라하더라. 물론 인형은 여전히 관심 없고.


그런데 어제 내 손을 부여잡고 꼭 안길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혼자 김칫국 마셨더랬다. 아직 말을 못하니 내 마음대로 해석한다고 뭐라할 사람도 없지.


아가야 나도 사랑해.

오늘도 사랑해.

아프지마.


** 이 글을 쓴 직후 이가 보였다.

당근을 납닥하게 썰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치발기로 줬는데 이가 없는 애한테서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거다? 그래서 봤더니 이가 나오기 직전 잇몸이 뚫렸더라! 인체의 신비다. 아이도 크고 부모도 같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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