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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31. 2022

어린이집, 언제부터가 적정한가요?

노산일기

자식을 하나를 낳냐 둘을 낳냐에 이어, 본인 당사자는  생각이 없는데 주변인들이 띄게 목소리를 냈던  다음 이슈는 어린이집.


좋은 의미이든 아니든 그 단어만큼 잘 설명하는 것이 없어 굳이 가져다 쓰자면, 아이가 태어난 이후 회사 일이 바쁜 남편 몫까지 해서 ‘독박육아’ 비슷한 것을 해오고 있다.


복직은 내년이지만 어린이집은 좀 빨리, 생후 7개월차부터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도 당연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지만 양가 부모님의 도움도, 남편 도움도 없이 혼자 아이를 보는 것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좀 벅찬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몸이 피곤한 건 그간의 직장생활로 내공이 다져져서 그냥저냥 상황에 맞춰서 억지로라도 맞춰가겠는데, 아이가 애착을 느끼기 시작함에 따라 내가 눈 앞에 안 보이면 그렇게 울어제끼는데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다. 볼일도 샤워도 문열어놓고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젠 만성 변비를 달고 살고 샤워는 몸만 호다닥 씻고 머리는2~3일에 한 번 감기 일쑤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더 손발이 바쁘다. 아무래도 당장은 내가 집에 있으니 시판 이유식을 사먹이는 것 보다는 만들어 주는게 낫겠다 싶어 시작한 이유식 만들기는 내가 꽤나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인데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애기 뒤치닥거리하고 산책하고 장보고 이유식 만들고 내가 먹을 밥 차리고 호다닥 밥먹고 저녁 9시에나 겨우 소파에 앉았다. 애기가 낮잠도 안자는데다 여기저기 뒹굴어다니기 시작하니 이거 뭐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무슨 강의를 듣겠다고 질러놓은 것들까지 도저히 아이를 100% 내가 보는 것은 어렵다 싶어 어린이집에 하루 2~3 시간이라도 맡기기로 결심했다. 말은 어린이집 적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빨리 보낸다 였지만 사실은 내 시간을 좀 가지자는 이유가 컸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걱정이 많다. 감기를 비롯해서 세상의 모든 질병은 다 옮아 올거라는 둥, 차라리 엄마가 방치하는게 낫지 어린이집 선생들이 제대로 봐 줄거 같냐는 둥, 더더군다나 이렇게 순한 애는 구석에 뉘어놓고 아무도 봐주지 않을거라는 둥 끝도없는 수많은 걱정거리에 마치 무슨 ‘그것이 알고 싶다’ 시리즈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 나와 가까운 지인들이라 나와 아기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인 걸 잘 알고 있는지라 고마운 마음이 먼저였지만, 나라고 신생아의 경우는 아무래도 엄마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을거라는 걸 왜 모를까. 내심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 중에 양가 도움 안 받은 집이 없었기에 편하게 육아했으니 저러지 라는 배배꼬인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집 등교 시작 전에 같은 반 어린이도 볼 겸 하루 잠깐 견학(?)을 오라기에 아이와 함께 난생 처음 어린이집이라는 곳을 방문 했다. 이번에 0세 반이 새로 생긴 거라(한동안 0세가 없어서) 선생님도 새로 고용했다고 했다.

태어나서 어린이집을 처음 가 본 나는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의 높은 데시벨과 격정적인 희노애락에 약간 얼이 빠졌다. 아이들은 왜 나를 좋아한 건지 모르겠지만 몇몇 아이들이 나에게 올라타고 업히고 안기고 머리를 뜯고 가방을 뒤지고 난리가 나는 바람에 정작 내 아이는 생면부지의 다른 선생에게 멀뚱히 안겨 있었다.


솔직히 아이들은 너무 귀여웠다. 견학을 가놓고 시간 가는지 모르고 애들이랑 놀다 시간이 한시간 반이나 지나버렸다. 나도 애랑 같이 이곳에 놀러오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견학을 다녀오니 걱정이 되는 점이 더 많이 생겼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앉거나 기지 못하는 내 아이를 선생님들이 특별케어를 해줄까도 우려가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그냥 믿고 보내 보기로 했다. 정 아니면 다시 안 보내면 되니까.


이제 고작 7개월인데 이렇게 고민거리도 많고 감놔라배놔라 주변의 조언도 만가지다. 외국에는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 것도 3년간 교육을 받고서야 입양을 할 수 있다는데, 왜 엄마 교육은 없는걸까? 안그래도 잠을 깊이 못 자는 나인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으니 자꾸 새벽에 잠을 깬다.

잠을 깨서 새벽에 브런치에 찌끄리다가 삭제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냥 마음 좀 놓고 살자.


** 결론: 그냥 집 사정에 따라 알아서 하면 된다.

세계의 미래에 관심이 많으신  아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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