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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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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Aug 19. 2022

아무튼 글쓰기

느린 정원

휴직 기간 동안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로 구청이나 동사무소 규모로 이뤄지는 소소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들에 참여해 본 것을 꼽는다.


지난 ‘무조건 우선 책읽기’라는 동네 주부(?) 모임을 통해 알게된 분들을 통해 이번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업 작가분이 글 첨삭도 해 주고 완성된 글은 동네 주민잡지(?)에 실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아 신청을 했다.


시간대가 저녁 8시 반부터 시작이라.. 징징거리는 아기를 들쳐업고 줌 미팅을 하였다. 며칠 전 드디어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고… 화상이라도 실제로 작가님을 만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 너무 설레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아무튼 잡지’를 쓴 황효진 작가님이다. 알고보니 이 분은 브런치에서도 꽤나 팔로워가 많은 분이셨다. 작가님을 만나기 전에 부랴부랴 책을 사서 읽었고 작가님이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 에세이를 통해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라서 자꾸 미소가 지어졌더랬다.


미리 준비한 질문들로 한 시간 반 정도 작가님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음에 담겨진 좋은 말씀들이 많았음에도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느라 머리에서 내용들이 다 흘러나가 정말 너무 안타까웠다.


작가님의 단어 하나하나 예뻤던 그 문장들을 그대로 구현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했던 몇 가지 내용을 나의 글로 옮기고자 한다.


- 질문: 글을 쓸 때 읽는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너무 행복해서 그것을 글로 옮기는데, 실제론 우울증을 겪는다든지 그 외 여러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글을 쓸 때 그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발꿈치에 걸린다.

- 답: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나는 내 글을 쓰고 그것을 좋아하거나 공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찾아 읽는 것 그걸로 된 것이다.


- 질문: 누군가가 내 글에 어그로가 없다고 한다. 나는 그냥 밋밋한 사람인데 그냥 이렇게 계속 쓰면 아무도 찾지 않는 글이 될 것 같다. 이럴꺼면 그냥 혼자 일기를 쓰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 답: 어그로를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것 같다. 글은 나답게 쓰는 거다. 그냥 계속 써 내려가다보면 나다움도 찾게 되고 그 중에 누군가가 찾는 글도 생긴다. 브런치에는 글을 왜 쓰는지?(글은 쓰고 싶고 아는 사람들 앞에서 터놓기는 너무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 같아 불편한 이야기들을 이곳에 털어놓고 있다 라고 답) 그 목적 그대로 그냥 글쓰기 행위 자체를 지속하시라.(글 꼴랑 몇 개 쓰고 독자 의식 같은 거 하지말고 글이나 써라! 라고 들렸다)


- 질문: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한가?

- 답: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본인도 주업은 다른 일로 글쓰기 일을 겸하고 있다.


브런치를 통해 출판을 꿈꾸는 이가 많고  꿈은 마치  손에 바로 잡힐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로서로 작가님이라고 호칭을 불러주는 것에 마치 진짜 작가가 된양 도취될 때도 있다. 브런치를 둘러보면 정말  사람이 아마추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글을  쓰는 사람이 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 것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본연의 목적은 온데간데 없고 어떻게 책을 내볼까 구독자 수를 늘려볼까 잿밥에 관심이 간다. 물론 나는 게으름과 약간 타협을 못하는 성격의 콜라보로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재능이 없기도 하다.


여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글쓰기의 본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모든 행위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시대에 다시 정신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고 할까.


작가님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좀 더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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