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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Aug 20. 2022

위드 코로나 근황

노산일기

화요일 남편 확진, 목요일 나의 확진에 이어 오늘, 딸도 확진이 되었다.


기존 보건소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는데 애기만 따로 맡길데가 없다보니 아무리 확진자들이 마스크를 잘 끼고 소독 청소를 한다고 해도 애기가 당췌 마스크를 끼지 않는데다 엄마와 24시간을 붙어있어야 안정을 하시는 아기씨라 내심 코로나가 옮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싶긴 했다.


이미 어제 낮부터 약간의 기침이 보이길래 아, 시작이다 싶기는 했었는데 밤 12시에 갑자기 열이 39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다 경험이 있는 일이겠지만 나는 이것 또한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미리 약도 준비하고 대책 마련도 해 놨지만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여태 밤중 수유에 남편을 한 번도 깨우지 않은 나였지만 이건 좀 심각한 사안이다 싶어 남편을 깨웠다. 비몽사몽으로 나온 남편은 영혼이 나간 채 아 그러네 아 그러네 앵무새처럼 반복하더니 그 자리에서 졸기 시작했다. 짜증이 올라온 나는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했다.


이 상황은 오늘 아침에도 반복이 되었고 겉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정말 속은 폭발했다. 열이 끓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코로나 검사하러 나가는 와중에도 잠만 자고 있는 남편이 너무 실망스럽고 마음 속에 한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유슬리스!!!!!!’


  얼굴 침뱉는 얘기는 그만하고, 어쨌든 휴직자의 입장에서 독박으로 애기를 봐야 하는 나는 본의 아니게 격리 기간이 거진 2주로 늘어났다. 워낙에 전쟁이 나도 최소 한달은 집에서 놀고 먹고   있도록 모든 것을 갖추어 놔서 답답할 것은 없는데, 문제는 나도 일들이 있는데 말이다.


다음 주에 국비 무료 강의 수업을 신청해 놓은 것의 면접이 있고(교육기간이 길고 전문가양성? 같은 과정이라 경쟁률이 좀 높다고) 도전해 볼만한 공모전도 있었단 말이다.


아기가 아픈 것을 잘 버텨서 이 역병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겠지만 마음 한 구석 꼬인 것이 있으니 당신이 좀 도와줬으면 다 할 수 있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며 속상한 마음 표현할 길 없었다.

이미 공모전 준비는 늦어버렸고, 면접은 다음 주에 전화라도 해봐야 하겠지.


아쉬운 마음에 늦어버린 공모전 그림 그냥 혼자 끄적여 본다. 이마저도 5분 단위로 아기가 호출하셔서 에라 하고 접어버렸지만.


이렇게 늙고 싶다 라며 그림 주제를 잡았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골백번 천불이 나는데 늙어서라고 저렇게 다정해질까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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