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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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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Oct 14. 2022

거북이 걸음

느린 정원

느리게 흘러가는 수업인데도 실력이 참 안 느는 것 같고 수업을 잘 못 따라가는 탓에 매일같이 좌절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털끝만큼씩의 노력이 모여 언젠가는 꽤 수준이 높아지리라 돈벌이도 할 수 있으리라 마음을 다진다.


일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수업도 교재도 시험료도 밥도 제공해 주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쓰여지는 국가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매일 경건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벽에 붙은 구인공고를 보니 이 과정이 끝나고 취업이 가능한 회사들의 경우 초봉이 2500 언저리인 듯 한데 지급 연봉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규모를 보아 대략의 업무환경도 예상되거니와 이런 류의 업무 노동강도는 또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기술자들이 지금보다는 더 우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올 것이다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서 사실 일기 쓰는 것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글을 쓴다는 것도 몸과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어디선가 좋은 부부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열가지라는 글을 읽었는데 그 중 하나가 건강이라고 했다. 본인이 건강해서 상황을 여유롭게 견딜 수 있어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100% 공감했다.


글쓰기를 비롯한 일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나의 단점 중의 하나가 뭐 하나를 맡으면 내 몸의 120%를 갈아넣어 완전 소진되는 것이었는데 그 순간의 인정 외에는 남는 것이 없더라. 그렇게 타인의 평가로 올라가는 자존감은 또 다시 타인의 평가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너무 지치지 않을만큼 삶에 여유공간을 두기 위해 글(일기)을 쓰지 않고 있다는 변명을 이렇게나 길게 늘어뜨려 놓았다.


어쨌든 꽤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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