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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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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Sep 30. 2022

그림의 기초

느린 정원

어떤 일이든 기초를 다지는 일은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어렵고 쉽게 흥미를 잃게 된다. 어느 경지에 올라 붓질에 신내림을 받는 것, 그것이 즐거운 일이고 그 과정은 오랜 인내와 성실성을 댓가로 지불해야 하겠지.


빨리 이것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돈을 벌고 싶다는 건방진 생각이 가끔씩 올라올 때마다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발을 땅에 붙여 매우 천천히 고요하게 선긋기 연습을 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현실은 고요하지만은 않다. 말을 하지 않는다 뿐이지 마음은 온통 요동을 친다. 이게 뭐라고 선하나 긋는게 온통 손이 떨려 마치 물이 가득찬 컵을 들고 길을 걷는 기분이더니 오늘 육면체를 그릴 때는 하도 숨을 참아서 가슴이 갑갑해져 마스크를 던져버렸다.


그럼에도 동네 화실이나 학원에서 한두시간에도 몇 만원씩 내고 들어야 하는 이 내용을, 무료로 그것도 재료까지 무제한으로 다 공급받아가며 듣고 있으니 서울시에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선택한 전공은 의도치는 않았는데 사실상 제품디자인에 가까운 커리큘럼이라 미술까지 덤으로 배우고 있어 휴직도 이런 알찬 휴직이 없다. 정말이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몇몇 큰 사건도 금새 잊을만큼).


자상한 선생님은 맨날 격려와 칭찬만 해 주니 어디까지 걸러들어야 할지, 더더욱 빨리 성장하고 싶은 나는 조언이 고프다.



딸래미 in Disney 작업은 짬날때마다 조금씩 하고는 있기는 한데 아마 저작권 문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모티콘으로는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작업은 계속 밀고 나가고 나중에 작업물이 좀 모여지면 디즈니에 직접 문의해 볼 생각이다. 그 와중에 요즘 패턴 디자인이 좀 눈에 들어와서 캐릭터 작업이 조금 지루해지기도 한다. 약간은 게으르고 요령 피우고 실증을 잘 내는 나의 여러 단점들이 이 업에 잘 맞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조금 품어본다.


나나 딸의 병원 통원 문제로 수업 개근은 애초부터 불가지만 그저 욕심없이 즐겁게 배우고 있다. 정말 진심으로 이 시간들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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