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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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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Jan 05. 2023

청소하고 어지르고 청소하고 어지르고

노산일기

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어떻게 청소를 하는 것일까? 아무리 치워도 순식간에 어지럽혀진다. 정말 장난감을 다 갖다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남편은 좁은 집을 탓하지만 나는 수납과 정리의 문제라고 보는데 버려도버려도 이건 정말 끝이 없다.


육휴 중에도 이렇다면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가면 집안 꼴은 어찌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집은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어야 하는데 요 며칠은 진짜 숨을 못 쉴 지경이다. 불면증도 시작된 것이 약간의 공황 증세가 도지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아이는 사랑스럽다. 얼이 빠져 그 사랑스러움에 반응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교육원도 방학이라 겸사겸사 집안을 다 뒤집어 정리를 새로 하고 있는데 며칠째 끝이 안보인다. 정리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그저 어지러운 방의 짐을 다른 곳으로 옮겨 그 방이 어지럽혀지는 끝도 없는 돌림노래를 하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옷을 엄청나게 샀다. 복직을 하려니 맞는 옷도 없고 얼굴도 몸도 볼품이 없는 것 같다. 떨어진 자존감을 높이기에 가장 빠른 방법은 쇼핑이지 라며 돈도 없는 주제에 집도 터질 것 같은 상황에 밤새도록 인터넷 쇼핑질을 했다. 내일이나 모레엔 박스가 한가득 오겠지. 남편 몰래 지른 물건들인데 남편이 갑자기 금요일에 휴가를 쓰겠단다. 이렇게 손발이 안맞아서야.


그간의 육휴 열심히 달렸으니 스스로에게 방학을 주자 싶었는데 너무 고되고 괴롭다. 사람도 못(안) 만나고 집에만 있어서일까? 운동이라도 하자 싶었는데 운동은 커녕 세수도 안하고 있다.


게으름의 관성. 그러면서도 괜한 불안감에 집정리+청소를 하며 경제관련 유튭 동영상들을 보았다. 내가 그래서 주식으로 돈을 날려먹고 있구나 무릎을 탁 쳐가며.


청소하다 묵은 먼지에 폐병이 걸릴 듯해 라면 한 사발 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깔아놓고 사용해보지 않았던 chat GTP를 써보며 세상이 또 한 번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 전율을 했다. 주변인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공대출신들을 제외하고는 감흥이 별로 없다. 역시 난 공대생이랑 코드가 맞아 ㅠㅠ


대부분의 시간을 얼집에서 아이를 케어해주니 고작 내가 아이를 보는 시간은 오후 5시에서 아침 9시, 자는 시간 제외하면 4-5시간 정도 아이를 보는 건데 뭐가 이리 목에 차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아이가 잠든 새벽. 집은 또다시 난장판이 되어 있다. 나도 그냥 자야겠다. 육아는 겨우 이제 시작인데 자신이 하나도 없다.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려 의식의 흐름대로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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