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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r 19. 2023

워킹맘 극한 체험기

노산일기

아주 내심 워킹맘 할 만 한데?.. 라고 생각했었다. 잠 좀 줄어들고 일이 바빠지고 출퇴근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고 퇴근 후 쉬는 시간이 없고.. 그런데 나름 무역회사의 특성상 시간을 잊게 만드는 엄청난 격무에 단련된지라 체력적으로는 견딜만 하다 싶었다. 장시간 어린이집에서 버텨야 하는 아기가 걱정일 뿐.

그러나 이런 안일한 마음 끝에 결국 올 것이 왔다. 아기의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넘어가 2주를 질질 끌다 갑자기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증세가 악화되어 밤에 기침으로 잠을 못 이루는 상태가 되었다. 약이 전혀 듣지 않는 느낌이다. 일단 출근은 해야 하니 남편에게 저녁 조기퇴근을 부탁하고 아픈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밀어넣고 회사에 갔다. 10시 반쯤? 어린이집에서 아기가 38.6도로 열이 난다며 전화가 왔다. 어제 밤에도 사실 약간 미열이 있던 터였고 하체에는 열이 없고 몸과 목 얼굴 부위에 집중적으로 열이 나는 것을 보아 이거 그냥 감기가 아니구나 하는 본능적인 느낌에 가방이고 뭐고 회사에 다 던져두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에서 알게 되어 친해진 같은 반 아기 엄마가 소아과보다 이비인후과를 가보라는 조언에 기존 병원 말고 다른 이비인후과를 갔다. 의사는 항생제도 먹어왔고 열도 난다는 얘기에 진료를 거부하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근처의 큰 병원에 전화를 하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고 예약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서론이 길기에 다시 길을 되돌아가 버스 정류장 3개 정도의 거리를 윰차를 밀며 뛰어서 기존 소아과로 갔다.

다행히 같은 건물에 방사선촬영이 가능한 곳이 있어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고 그 결과 폐렴 진단을 받았다.

나에게 두가지 선택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입원하는 것, 둘째는 가정 보육을 하는 것.

어차피 약은 똑같고 입원을 하면 원인균을 알수있다는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약 처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남편이나 나나 병원에 매달려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회사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나를 배려해서 남편이 이틀의 휴가를 쓰기로 했다. 독박육아를 처음해본 남편은 하루만에 포기 선언을 하며 어린이집에 맡기는게 낫지 않겠냐는 개똥같은 소리를 했지만 잘하고 있다 다독이며 아이를 계속 돌보게 하였다.

뭐 그런 와중에 항생제 투약량 3미리인데 10미리 큰통을 다 먹여 버린다든지 소소하거나 혹은 소소하지 않은 여러 사건을 만들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주말을 맞았고 아기는 조금씩 호전되어 가고 있다. 나도 이번 주가 정말 극한의 체험이었는지 완전 몸살이 났다. 남편도 나도 입이 부르튼 걸 보니 둘 다 힘들기는 어지간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워킹맘이 할만하다는 것은 아이가 잘 견뎌준다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가 잘 견뎌주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막막하다. 사람을 빨리 써야 하는건지.

돈 그게 뭐라고 내가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나 싶고. 여러 가지 착잡한 마음이 드는 한 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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