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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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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Jun 21. 2023

특실에서 쫓겨났다.

노산일기

친척의 갑작스런 비보에 회사 일을 마치고 아이를 픽업해서 부랴부랴 srt를 탑승했다. 아기랑 가는 길이니 특실은 앉아줘야지.


결혼 전과 후의 삶은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결혼 전엔 나를 위해 쓰는 돈에 아낌이 없었다. 명품을 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먹는 것 여행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았고 기차 하나 타는 것도 몸이 피곤할 땐 이런데 쓰라고 돈 버는거 아닌가 하며 특실 좌석 구매에도 별 고민이 없었더랬다.

막상 결혼하고 삶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혼자벌어 혼자쓰던 삶에서 둘이 벌어 셋이 쓰는 삶으로 바뀐 것 외에는. 오히려 더 여유롭게 생활하는데도 돈도 더 잘 모이는 것 같다. 오로지 차이라면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달까. 조금 더 준비를 하게 된달까. 사람이 관성이라는게 있다보니 한 번 지갑 열기를 망설이면 그 다음 소비도 신중해지는 것 같다.

어쨌건 24개월까지 비행기 기차 등의 교통수단이 무료인 점을 한껏 누려야겠다는 생각에 좌석을 한 자리 더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하지를 않았다. 그런데 회사 직원들 얘기를 들으니 많은 사람들이 아기 좌석도 따로 끊는다고 했다. 장거리는 더더욱.

아이의 키도 덩치도 커졌다. 남편 차만 타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정말 아기가 앉을데가 없다는걸 느낀다. 특실은 팔걸이가 접히지도 않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아기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난리고 불러주는 노래에 아는 단어가 나오면 힘껏 돌고래 샤우팅을 하며 따라 불렀다. 한 번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싶더니 바로 승무원이 다가왔다. 컴플레인이 있었나보다. 5호차는 아이동반석이라 그곳에서는 소리를 질러도 된다고 한다. 잠들 기색이 없는 아이에 주변의 눈치가 보여 5호 자리로 가겠다고 했더니 마침 두 자리가 비어있는 곳을 소개해주어 몸도 마음도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기차는 아동동반석이 정답이다. 이렇게 경험으로 또 하나를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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