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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Mar 30. 2017

브랜드 네이밍에서 파생된 단상

'바디프랜드', 직역하면 '몸 친구'인데 나만 이상해? *ㅡ_ㅡ*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는 아니지만, 유관 업종에 있다보니 오며가며 꽤 많은 상표들을 관찰하는 편이다. 최근 며칠간 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에 관해 곰곰히 생각했다.


바디프랜드는 몇년 전부터 마케팅과 PR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입하는게 보였고, 어느덧 업계 1위로써 익숙해진 브랜드다. Body는 몸, Friend는 친구, 둘을 합쳐 직역하면 '몸 친구'가 된다.


'몸 친구라... 하앍... *ㅡ_ㅡ*'

"사랑하니까, 몸 친구"


물론 네이밍 할 때는 몸에 밀착되는 기기이니만큼, 친구처럼 늘 곁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였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속에서는 몸과 몸으로 친소(?)관계를 맺는 장면이 자꾸 떠울랐다. 주변에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명쾌한 잣대를 내놓진 못하기에 원어민 찬스를 써보기로 했다.









"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렌드'라고 알어?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좀 이상하게 느껴지네. '바디'랑 '몸'이 합쳐지니까 성적인 연상이 된단 말이지. 원어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어, 그거 좀 이상하긴 해. 지저분한 성적 표현이라기 보다, 부끄러움 많은 사람이 섹슈얼 한 것이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느낌이랄까. 일반적인 상황에서 쓴다면 불편한 표현이지"


내가 유별난 음란마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 받았기에 안도감이 들었다.


"휴우~=3"


그리고 곧이어 잊고 있던 또 하나의 브랜드가 떠올랐다.

감자 스낵 '입 친구'.

바디프랜드와 달리 순한글 표기 브랜드였기에, 처음 접했을 때 적잖은 충격을 직관적으로 받았었더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음과 기억의 용이성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두 '친구'덕택에 브랜드 네이밍의 룰에 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정경일 교수의 <브랜드 네이밍>의 '브랜드 네임 평가' 챕터에 따르면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마케팅적 평가 기준

- 경쟁품과 차별성이 있는지?

- 발음과 기억이 용이한지?

- 제품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

- 소비자들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이름인지?

- 부정적으로 연상되지 않는지?

- 좋은 시각적 디자인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 광고 카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 기업 이미지와 부합 되는지?


마케팅적 평가 기준 외에도 법률적 평가 기준 역시 중요하다. 

고려하는 브랜드와 유사하거나 같은 것이 먼저 등록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절차 말이다.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브랜드 네임 평가 (브랜드네이밍, 2014. 4. 15.) 

'두 친구'들은 '부정 연상의 방지' 항목에 상당히 배치된다.

아무리 발음이 용이하고 기억하기 좋다 해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할 경우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 기준 말이다. 정 교수는 "특히 외국어 네임이거나 또는 외국에서 사용되는 네임일 경우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소 브랜드를 차치하고서라도, 주변에서 이같은 실수 아닌 실수는 꽤 자주 볼 수 있다. 논란으로 점철됐지만 결국 론칭 된 'I·SEOUL·U'와 그로부터 파생된 여러 'I·Something·U'의 향연, 알파벳으로 BIBIMBAP 이나 BULGOGI를 대차게 적는 용감함 같은 것들 말이다.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커피 매장 Caffe Themselves는 "그들을 커피해(혹은 카페해)"로 해석된다. 고가 아파트인 도곡 렉슬은 Luxury와 Castle을 조합했다. 물론 원어민들은 사전 설명 없이 이 조합을 전혀 유추하지 못한다. 


브랜드를 떠나 외국어 표현 전반에 있어 유래를 무시하고 한국인 편의에 맞게 확산시킨 사례도 많다. 컨버터블이나 카브리올레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근본 없는 직관적 단어 조합으로 쓰고 있는 '오픈카'가 그렇고, 셀룰러나 모바일폰을 '휴대폰'이 밀어낸 것이 한국의 현실 아니던가.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리베이트’(rebate)도 원래 의미와 다르다. 판매촉진 차원에서 구매자에게 '합법적'으로 대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리베이트고, 불법행위를 말하고 싶다면 ‘킥백’(kickback)이라 쓰는게 옳다. 대형 언론사 조차 지키지 않는 어법인 것을 더 말 해 무얼 하랴.


큰 조직에서 이런 잘못된 외래어 표현들이 발생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발생 가능한 실수를 예방하고, 능력의 정량적 합계보다 큰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꾸린 것이 조직 아닌가? 회장님이 꽂혀서, 시장님이 좋아하니까, 한국홍보전문가이자 독도지킴이인 권위자가 컨펌 했으니까 잘못 쓰여진 걸 놔둔다? 아닌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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