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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Sep 21. 2017

우버셰어의 절치부심, 카풀 플랫폼 전성기 앞당길까?

‘오마주’를 ‘오마주’한 우버의 아이러니,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3년간의 방황기에 일어난 일


2014년 하반기 한국에 등장한 우버X는 현행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우버는 '승차 공유'장르를 개척한 플랫폼으로 세계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자면, ‘나홀로 차량’의 공간과 동선을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나눠 갖게 해 주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해외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본 소감은 여기를 참조.


그간 우버는 자가용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한국 법률 때문에 ‘곁다리(?)’ 서비스들만 운영해 왔다. 서울 일반 택시와 같은 우버 택시, 고급 세단을 서비스하는 우버 블랙, 교통 약자를 위한 우버 어시스트, 여행객 혹은 출장객을 위한 5시간 이상 대여 컨시어지 서비스인 우버 트립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모든 서비스들은 기존 운수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크게 차별화 되진 않아서 큰 파괴력을 발휘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인 잡'을 박탈당해서일까? 우버는 ‘FUN한 경험’을 내세우며 우버 아이스크림, 우버 플랜트 같은 이벤트를 열며 '나 아직 안죽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우버가 법의 한계와 운수 사업자들의 치밀한 견제로 인해 변죽만 울리는 동안, 그 모든 장애물을 교묘하게 피한 토종 카풀 서비스들이 급성장했다. 바로 2016년 여름을 기해 등장한 풀러스(Poolus)와 럭시(Luxi). 이들은 출퇴근 시간 카풀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합법이라는 점을 슬기롭게 파고 들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 서비스들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흐름은 마치 ‘혁신의 카운터 펀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토종 서비스들은 분명 우버를 오마주 했겠지만, 2017년 9월 현재의 한국에서는 우버가 토종 카풀 서비스들의 슬기로움을 본받는 형국이다.


(우버 입장에서는 아마도) 그들의 모조품을 다시 카피한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을 법 하다. 아무튼 그간 절치부심했을 우버는 환경 재단과 손잡고 우버 셰어를 내놓았다. 기본 뼈대는 풀러스나 럭시와 맥락을 같이하는데, 세부적으로 어떤 것이 다를까 궁금했다. 나는 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 보험가입증명서 등 제반 서류를 제출하고 역삼동에 위치한 그린라이트센터에 들러 한시간의 교육을 받고 드라이버 앱을 활성화 시켰다. 오늘(9월 21일) 서비스 개시에 앞서 기자 간담회도 열렸지만, 출고된 기사들을 보니 예민한 질문에는 두루뭉실한 대답들만 내 놓은 것 같았다. (이런 점은 외국계 기업의 기자 간담회나 언론 응대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는데, 한국 지사가 발언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받아서 나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모빌리티 플랫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오프라인 오리엔테이션 참가라는 극악의 허들까지 뛰어넘은 바,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관련 서비스들을 몸소 체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나친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던가? 혼자 운전해서 출퇴근 하는 동안 기름값이나 조금 보전해 보고자 했던 게 작년 여름 무렵의 마음가짐이었는데, 어느덧 풀러스와 럭시, 카카오드라이버, 우버 셰어까지 설치한 플랫폼 종속자가 돼 버렸다.


‘지나친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나는 어느덧 모빌리티 플랫폼에 단단히 사로잡혀버렸다.


참가하고 보니 ‘이걸 왜 오프라인 집합 교육으로 소화하나’ 싶었던 내용인데, 궁금해 할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그린라이트센터에서 들은 내용을 복기해 적어 본다. 확실히 알지 못해 인상 비평 수준으로 곁들여 진 내용도 있을 텐데,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셔도 고맙겠다.


‘기술’보다 ‘착한 서비스’임을 앞세우다


앞서 얘기했듯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우버 어시스트 서비스는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협업해 시작됐다. 그리고 오늘 론칭한 우버 셰어는 환경재단과 협업해 태어났다. 어떤 식으로든 '입방아'에 올랐던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택하는 후속 행보는 공익성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우버코리아테크놀로지 역시 그런 것 같다.


오리엔테이션 서두에서 우버측은 “서울만을 위한 최초의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그만큼 한국의 운수 관련 법령이 유별나다는 반증도 되겠다. “스마트한 카풀을 지향하고 더 나은 서울을 위한다”며 말문을 뗀 관계자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즐거운 출퇴근, 유류비 부담 절감, 탄소 발자국 감소, 교통 체증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설파했다. 이는 우버 뿐만 아니라 모든 승차 공유 플랫폼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다. 최고의 강점인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가 집결돼 매우 심플하고 미려하게 작동되는 플랫폼’임을 뒤로 하고 ‘착한 서비스’임을 강조하는 속내도 복잡했을 테다. 여튼 이 부분은 일종의 레토릭으로 들릴 뿐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할애해 얘기해 준 R&D와 교통 빅데이터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미국 본토에서 진행 중인 자율 주행차 기술 연구에 관한 이야기와 수직 이착륙 비행체(우버 엘레베이트 uber elevate. 2020년 상용화 목표)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우버 엘레베이트 시뮬레이션 결과, 교통 정체가 심할 때 2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샌프란시스코-산호세 구간을 15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한다. 노면을 벗어나 공중으로까지 이동 옵션이 확대되는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더불어 현재까지 축적된 50억건 이상의 이동 관련 데이터를 공익을 위해 오픈 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이 갔다. 우버를 서비스하고 있는 일부 도시에 관해서라지만, 무척 가치 있는 행보임에 틀림 없다.


우버 셰어의 운영 방침과 의문점


강남-서초 일부를 중심으로 론칭한 우버 셰어는 주5일(평일) 오전 6시~10시, 오후 5시~12시에만 이용할 수 있다. 이 시간대를 벗어나면 라이더 앱에서 셰어 기능이 비활성화 된다. 오리엔테이션 내내 여러 번 강조됐던 내용은 ‘출퇴근 순수 카풀 외 유상 운송은 절대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에 관해 우버측은 국토부로부터 ‘구두로’ 전해 들은 내용을 공유해 줬는데 “하루 3회 이상 운행하는 경우 순수 카풀이 아님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단다. 무엇 하나 딱 부러지지 않는 두루뭉실한 내용인 만큼 ‘구두’ 답변한 국토부 관계자의 심오한 고뇌가 느껴 지는 대목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어쨌거나 불법유상 운송이 의심되는 운행 내역에 관해서는 사전 고지 없이 ‘0원 요금’으로 강제 조정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내가 을(乙)임을 재차 자각할 수 있었다.


불법 유상 운송 시 처벌에 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카파라치’ 신고 사례도 재미있었다. 일반적인 라이더를 가장해 탑승 중 “하루 몇 번이나 운행하세요? 아, 그럼 출퇴근 카풀을 넘어서 부업에 가깝네요”와 같은 대화를 녹취해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역시, 벌어먹고 사는 것에 있어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의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Respect!


우버 셰어의 네비게이션 앱 파트너는 맵피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구글맵을 채택할 수는 없었을 테고, 자체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카카오맵이나 티맵을 채택할 수도 없었을 터. 덕분에 유니크한 네비게이션 앱을 설치하게 됐다.


기본 요금은 1,500원 부터다. 여기에 1Km 당 450원, 1분당 50원의 요금이 병산 되는 식인데, 아무리 짧은 거리를 단시간에 이동해도 최소 3천원은 과금 된다. 즉, 1Km 거리를 1분만에 갈 경우 기본 요금 1500원에 거리 요금 450원, 시간 요금 50원이 합산 돼 2천원 견적이 나오지만, 3천원이 과금 되는 식이다. 기존 카풀앱을 통해 이 같은 앱 미터기를 충분히 경험해 본 바, 일반 택시들에 설치된 미터기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고 편리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제발 당국에서 앱 미터기를 정식으로 채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LED불빛을 머금고 다그닥 다그닥 달리는 말, 그만 보고 싶어…


플랫폼 수수료는 20%가 부과된다. 승객이 만원을 지불하면 드라이버에게 8천원의 수익이 입금되는 식이다. 적정 수준인지에 관해 갑론을박이 이어져 온 사안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절대자가 20% 뗀다면 떼는 거지. 다만, 시범 운영 기간에는 요금의 2배를 지급한다고 하니 ‘기름값’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것 같다. 드라이버의 수익은 월요일 새벽 4시를 기준으로 정산되며, 그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주급 형태로 지급된다.


우버는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상호 평가하는 ‘별점’이 무척 중요한 플랫폼인데, 인스트럭터분이 다른 나라의 사례라며 “껌이나 물티슈, 휴대폰 충전 잭 등을 제공하면 좋은 별점을 받기도 하더라”고 안내해 줬다. 강제 사항은 아니라지만, 카풀이라는 원래 취지에서 오버질을 한 것 아닌가 싶다. 너무 끈적한 관계로 나아가지 말고, 할 것만 딱딱 해주는 드라이한 관계가 됐으면 한다. 내가 무지하게 기분 좋은 날은 시원한 생수 한 병 정도는 제공할 의사는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자유 의지.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라"


세션을 다 듣고 나니 소득세 정산 부분을 언급해 주지 않아 궁금했다. 물어 봤더니 “소득세 정산은 개인이 알아서 하셔야 한다”는 답을 주셨다. 풀러스의 경우 소득세 4.4%를 원천 징수 해주는 것에 비해 불편한 지점이다. ‘개인이 알아서’해야 하는 방침은 카카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인데, 일반 직장인의 경우 연말정산 외 부가적인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다. 자칫 의도치 않게 탈세를 하게 될 우려도 있어 보인다. (카카오 드라이버의 경우, 앱 내 공지사항에서 ‘부업 뛰는 직장인들’에게 회사가 대리운전 하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또 하나 풀러스와 비교되는 점은, 앱 상에서 특정 라이더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CS에 별도 요청을 해서 조치할 수 있지만, 성가신 일이라 심플하게 앱 상에서 처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담배냄새와 지독한 향수 냄새가 버무려진 여성분을 50분간 태워주고, 하차 직후 블록을 먹였을 때의 안도감을 떠올려본다. 휴우...


우버 블랙의 고객이 우버 셰어로 얼마나 이동할지도 궁금하다. 어느 정도의 자기잠식효과 (Cannibalization effect)는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여튼 시장에 경쟁이 발생한다는 것은 플랫폼 참여자로서, 고객으로서 환영할 사안이다. 우버 셰어의 출정으로 인해 촉발된 국내 카풀앱 경쟁이 이동 편의에 관한 보다 많은 가치를 시장에 선사하길 기대한다. 쓰고 보니 장광설이 됐지만, 카풀 드라이버이자 라이더로서 1년여 간 시장에 참여해 본 바, 수십 배쯤 더 커져야 할 업계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소소한 단점이 있을지언정, 메기효과가 훨씬 크고, 무엇보다 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노예가 된 것을 축하 받았다.



** 사족 : 오리엔테이션 초대 메일에서 '한정 수량'으로 준비 했다며 강조한 기프트백의 내용물은 다음과 같다. 별 기대하진 마시라. (우버이츠 1만원 쿠폰, 스마트폰 송풍구 거치대, 13인치 노트북 파우치(페브릭 소재), 물티슈, 우버 스티커 1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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