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발휘, 아기 이유식, 그리고 모자의 머리카락
아들이 우리 부부의 밥숟가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횟수가 늘어갔다. 생후 4개월을 넘어가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입 속으로 향하는 것이 먹거리임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같았다. 이 무렵 분유를 먹이기 위해 젖병을 준비하면 제 손으로 쥐기 위해 흥분하는 정도도 거세졌다. 이유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소분된 쌀가루를 이용한 미음일 뿐이지만, 작은 보관 용기와 식기 등 준비할 것들이 제법 있었다. 분유 외 다른 식품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보니 장 활동이 달라지고 배변 패턴도 바뀌었다. 애호박이나 소고기 등 조금씩 다른 재료를 섞어가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줬다.
다행히 삼키는 방법도 금세 익히고 안 먹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없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은 농부가 논에 물 대는 것을 보는 것만큼 기쁘다는 말을 실감했다. 허벅지에 살이 붙고 아귀힘도 세졌다. 보드랍게 하늘대기만 하던 머리카락도 숱이 조금씩 늘어나며 거뭇거뭇해지는 게 보였다. 원래 삐죽 솟아 있던 정수리 머리털이 안테나처럼 더 올라 붙었다.
아기띠를 매고 외출에 나섰다. 녀석이 조금 더워하기도 했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씌워뒀던 모자를 벗겼다. 맞바람에 아들의 땀냄새가 기분 좋게 스며왔다. 그리고 삐죽 솟은 정수리 안테나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으헿헿~~~ 에에취!
얼굴에 강아지풀이나 민들레 홀씨를 대고 흔드는 것만큼 참기 힘들었다. 앞섶에 매달린 아들은 재채기 소리에 놀라 움찔했다. 다른 재채기에 놀라 소스라쳤을 땐 미안했지만 이번엔 소소하게 주고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바람에 날리는 아내의 머리숱이 한참 적어 보였다. 출산휴가 기간 동안 샤워를 마칠 때면 욕실 바닥 가득 흐트러진 머리카락들이 합쳐진 결과였다. 햇볕 아래 드러난 정수리 속이 안쓰러웠다. 엄마와 아들은 나 몰래 머리숱을 교환하고 있었구나. 늦봄 바람이 알려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