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 다오"
으아앙~ 으아앙~~!!!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TV를 보고 있었고, 아내는 주방에 잠시 나온 찰나였다. 그 새 침대에 올려둔 아이가 연속 뒤집기를 하다가 낙상한 것. 아내와 나는 동시에 하얗게 질려서 방으로 뛰어들어가 아이를 부둥켜안았다. 처음 겪는 일에 놀란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악을 쓰며 울어댔고, 아내는 죄책감과 당혹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그나마 정신이 좀 있는 내가 살펴보자니 이마 한쪽에 작은 혹이 난 정도로 그친 듯했다. 섣불리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호들갑 떤다고 달라질 일도 없었다.
연신 “응급실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아내를 달랬다. “밤 사이 지켜보면서 심하게 칭얼대거나 구토를 하면 바로 데려가자. 아무렇지 않을 거야”. 같이 안절부절못할 수 없어서 한 이야기지만 내심 걱정이 됐다. 정말로 머리에 큰 충격을 입은 거면 평생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까?
‘제발 아무 일 없도록 해 주세요, 하나님’
다행히 녀석은 평소와 다름없이 편한 잠을 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분유 한 병을 원샷했다. 어른 못지않은 큰 트림도 내뱉었다. 어르고 달래 보니 깔깔 잘 웃었고 동체에 대한 눈의 반응도 여전했다. 맘 속 깊이 저절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열흘 같았던 열 시간의 1막이 내려갔다.
생후 137일 동안 조금도 아프지 않던 아이였다. 산후 조리원 입실 당시 로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떴지만, 그마저도 별 증상 없이 6일 만에 음성 반응으로 전환된 녀석이었다. 생후 6개월이 지나야 면역 체계가 달라지면서 잔병치레를 시작한다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꽤 튼튼했었기에 낙상으로 인한 충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고 했던가. 무탈하다 보니 녀석의 재능이 무엇일지, 공부는 잘 할지, 나중엔 어떤 의미 있는 업적을 일궈 나갈지 지레 생각이 앞서 나가던 참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마에 난 혹 하나가 우리 부부를 초심으로 돌려세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그저 너의 삶을 살아가’
며칠 뒤 1차 영유아 검진을 데려갔다 오신 장모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키 84백분위, 몸무게 59백분위, 머리둘레 97백분위.
아들, 머리가 먼저 커버려서 무거운 거였구나. 그래서 떨어질 때 이마 먼저 닿은 거였구나… ㅠㅠ.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