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기능과 신체 발달을 보는 기쁨
‘귀엽다’라는 구체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는건 인간이 유일할까?
처음부터 그랬지만 생후 6개월을 넘어선 아들은 점점 더 다양한 귀여움으로 무장해가고 있다. 눈 맞춤 정도에서 나아가 사물에 호기심을 느끼고 확인하려 드는 행동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새벽녘 먼저 일어나 자리에 가만히 앉아 웅얼대고 있는 모습을 잠결에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심쿵’. 무엇이든 입에 넣으려 손을 뻗고 조가비 입술을 삐죽대는 장면은 ‘심멎’이다.
아기도 꿈을 꾼다는 사실은 그 전부터 느꼈는데,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깨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놀란듯 소리를 질렀기에 알아보니 이 무렵에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즐거운 꿈을 꾸기도 하는 것인지, 자다가 빙긋 싱글벙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아저씨처럼 껄껄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평소 웃음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기이긴 하지만, 깨어있는 동안 그렇게 흐뭇하게 웃는건 본적이 없기에 한참을 신기해했다.
‘좋은 꿈을 꾸었니? 행복감을 느끼니? 언제가 제일 좋니?’. 궁금한게 많다.
이유식을 시작했다. 쌀미음이나 바나나같이 소화가 잘 되는 것 부터 줬는데, 변 냄새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체취도 변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머리나 등짝이 땀으로 촉촉하게 젖을 때면 갓난 아기도 아닌, 그렇다고 어린이의 것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풋내가 난다. 그 냄새를 맡는게 좋았다. 같이 누워서건 안고 돌아다닐때건 아들의 정수리나 목덜미에 대고 킁킁대는 일이 잦아졌다. 사춘기때 처음 산 향수를 뿌린 팔목에 수시로 코를 갖다댄 기억과 겹친다.
갓 8kg을 넘어선 아기일 뿐이지만, 근력이 붙어감에 따라 버거워질 때가 있다. 특히 안고 있을 때 갑자기 퍼덕대면 깜짝 놀라 힘을 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친 손목은 3주가 넘게 시큰거린다. 나야 성인 남자니까 이정도로 그쳤지만, 아내나 장모님은 더 큰일이다 싶어 걱정이다. 평소 아이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장인어른은 이런 얘길 흘려 들었는데, 반나절 정도 체험만으로 혼쭐이 나신 듯 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체력인데도 말이다. ‘과연 육아는 노하우의 영역이구나’ 싶었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냄새를 맡고 들어올려 얼싸안아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주말 산책겸 들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중년 부부가 해 준 얘기가 귀에 딱 꽂혔다.
“지금 키우느라 정신없죠? 그래도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할거에요”.
맞아요. 지금이 무척 소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