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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Aug 01. 2021

몰바 아닌 몰바

장모님 몰래 아들 몰래 라이딩

2021년 7월 13일, 서울 최고기온 32도. 소나기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은 습한 날씨. 성북구 월곡역에서 잔금을 치르고 z900rs Cafe의 새 주인이 됐다.


미리 가입해 둔 책임보험증을 갖고 영등포 구청으로 향했다. 아스팔트 위에서 찜 쪄지는 느낌이었다. 모처럼만의 이륜차 운행에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트랙션 컨트롤 민감도를 높였다. 동대문과 을지로, 마포역을 지나며 정체된 차량 틈바구니에서 숨이 가빴다. 마포대교 위에서 잠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바람을 좀 맞고 나니 살만했다. 영등포구청 별관에서 취등록세를 내고 번호판을 달았다. 코스트코 맞은편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오전 업무를 Off 해놓고 나온 터라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헬멧과 글러브를 벗고 차 트렁크로 옮겼다. 가족들의 허락을 구하기 어려워 바이크를 몰래 타는 걸 일컬어 라이더들은 ‘몰바(몰래 바이크)’라고 한다. 내 경우 아내만 인지하고 아들과 장모님 등 다른 식구들이 알면 안 되는, ‘준 몰바’ 상태다. 눈에 띄는 라이딩 장비를 방에 둘 수 없기에, 매번 지하 주차장 한 구석에서 장구를 착용한다. 낮에 운행하기엔 너무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인수 이후 보름 남짓 세 번 정도 밤에만 탔다. CCTV를 통해 지하주차장을 지켜보는 경비원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집 아저씨는 뭐 하는 분이길래 한밤중에 저기서 헬멧을 쓰지?’
‘어라, 10시에 나가더니 1시가 다 돼서 돌아오네. 두 집 살림하는 사람인가? 나이 든 폭주족일까?’


현실은 상상보다 보잘것없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아저씨가 코로나19 시국에 바이크를 몰고 야간에 갈 곳은 적다. 노들길이나 남산 소월길, 북악 스카이웨이 정도를 달려보거나 잠수교 일대에서 야경에 스며드는 정도의 작은 즐거움에 다가선다. 거기까지다. 북악 팔각정에서, 잠수교 근처 편의점에서 20대 초중반 라이더들이 가득한 곳으로 스며들기는 어렵다. 누가 오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암묵지 같은 것이다.


이쯤 되니 바이크 라이딩을 할 때 커뮤니티가 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헝그리 라이더 시절에 한여름 땡볕의 대구에서도 주야장천 탈 수 있었던 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아지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그런 기분으로 함께 달릴 수 있을까? 어렵게 허락을 얻고 바이크를 샀는데, 생각보다 설레지 않는다는 현실이 조금은 당황스럽다.


예전처럼 함께 탈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대하며 커뮤니티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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