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의 자유와 메타정보가 급변시킨 한국 사회의 바이브
X세대, Y세대, 밀레니얼부터 Z까지. 때마다 당대의 20대 초반 언저리의 청년들을 특정 집단으로 묶는 워딩은 있어왔다. 미래 소비자에서 현재 소비자로 발돋움하는 ‘어린 성인’이자 기성세대에게 대놓고 반발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확보하는 시기이기 때문.
구매력 측면에서 급상승하는 중요도에 반해, 애송이들이 제 목소리 내는 건 시대를 막론하고 거슬렸다는 얘기되겠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MZ 타령’은 더더더 심해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그놈의 MZ, GenZ 타령… 귀에 Z가 날 지경이다)
세대 앞에 알파벳이 처음 붙은 건 X세대다. 그 전 386이나 586세대들에겐 알파벳 따윈 붙지 않았고, 숫자마저도 그들이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후행적으로 붙었다. 그들이 ‘요즘 젊은것들’일 때 보편적 문화는 어땠을까? 군사정권에 저항했지만, 역설적으로 전체주의적인 문화가 당연시됐다. ‘단합’, ‘단결’, ‘협동’이라는 가치에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미국 히피들이 반전, 자유 등 통념 전반에 저항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70년대생, X세대들이 전 세대와는 다른 똘기를 보여줬다지만 전체주의적인 맥락은 이어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의 레거시들을 까부수는데 열광했지만, 한편에서는 염색머리나 양담배를 터부시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군대에서는 여전히 구타가 황행했다.
윗사람에게 공손해야 한다는 명제는 변형된 유교 문화에 일제가 남긴 군대문화가 짬뽕되어 강화됐다. 까라면 깠고, 마초성을 휘두르는 남자가 제지받지 않던 시절이었다. 교실에서 신고 있던 슬리퍼로 아이들의 아구창을 돌리던 선생들이 학교마다 하나씩은 있었잖은가.
이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최근 15~20년 전만 해도 가부장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상사가 있었고, 그런 모습이 이례적이지 않았다.
나는 그 배경에 2010년대 초반까지 90% 이상, 2021년도 기준 83%를 상회하던 현역 입영 비율이 있다고 본다. 가정 경제 활동의 주축인 성인 남성이 강한 발언권을 쥐게 되고, 그들이 2~3년간 체득한 ‘변태적 유교 복합성 일제 잔존 군사 문화’는 근대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공고했다. 그 공고함에 균열을 일으킨 건 뜻밖에도 ‘통신의 자유’ 아닐까?
아이들은 부당하게 체벌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전송했다. 병사들은(요즘은 '용사'들이라지. 풉) 일과 시간이 아니면 스마트폰을 갖고 논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부장이 있다? 세 시간 뒤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쇼츠에서 조리돌림 당할 것이다. 부당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증거 채집에 취약하다. GenZ가 다른 세대와 달리, 필터 없는 의견 제시에 익숙한 이유 아닐까?
까라고 해도 까지 않는 군대 문화. 젠지가 겪은 그것은 앞 세대의 경험과 다르다. 남자들이 가계를 먹여 살리는 사회도 지나갔다. 이꼴 저꼴 안보고 각자들 산다. 학교에서부터 바뀐 경험을 습득한 세대가 군대 문화를 바꿔놨다고도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스마트폰을 들고 할 말 하면서 증거 채집하는 아이들의 습성이다. 아무튼 그런 아이들이 이제 회사원이 됐다. 온갖 아무 말 분석에 더해 ‘목마르면 물 마시라’는 식의 조언이 난무한다. 쓸데없다.
덧. ‘까라면 깐다’의 풀 워딩은 ‘X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깐다’인데, 너무나 살벌한 표현이라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알고는 쓰기 힘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