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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숙정 Sep 01. 2021

마트의 무법자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두면 아무도 계산 못해. 여기는 내가 찜했어.’


이런 생각 가진 사람 의외로 자주 만난다.

저녁을 일찍 먹고 붐비지 않을 시간대에 물건을 사러 갔다.

필요한 걸 다 골라서 계산대로 다가갔다.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계산원이 반갑게 인사하며 누가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려놓은 걸 한쪽으로 밀어 놓고 나부터 계산을 해주었다.

그런데 카트에서 물건을 꺼내어 계산대로 한창 올려주는 중에 웬 내 또래 늙다리 여자가 걸어와서 내 카트를 확 밀어 버린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카트를 밀면서 생겨난 틈으로 빠져나와 계산대 앞쪽으로 오더니 아까 계산원이 밀어 놓은 물건들을 보란 듯이 패대기쳐댔다.

계산대를 물건으로 맡아 놓고(?) 매장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와서 보니 내가 먼저 계산하고 있으니까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새치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쩌란 말인가.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이 얼굴을 늙다리들한테서 자주 본다) 내 계산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옆에서 계속 씩씩거린다.

어이가 없어서 계산이 끝나고 ‘뭘 잘못 먹었나’ 심정으로 마트를 나왔다.

요즘 사람이 많다 보니 마트에 가면 생각지도 못한 불쾌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뭐 하나 사러 갔다가 마음만 상해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 또한 늙다리를 피하는 이유가 되었다.

또래인 나한테도 저러는 걸 보면은 평소에도 저들끼리 경쟁심을 불태우며 사람을 적대시하지 않을까.

마트는 말하자면 옛날 시장 기능을 하고 있다. 시장을 다닐 때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다 같이 이용하는 마트고, 계산대는 자기만 계산하라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같은 또래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화도 나고 피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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