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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May 31. 2018

그림 잘 그린다고, 미술학원? 난 반댈세

'탁월함'을 위한 '재미'

이번 칼럼에서는 제 자랑을 좀 해보겠습니다. (웃음) 어릴 적 그림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그 재능은 초등학교 때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림 그리기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입상을 했었죠. 아마도 이때 주변에서는 "재능이 있네 미술학원에 보내봐."라고 했을 것입니다. 태어나 학원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래, 어디 한 번 너의 실력을 보자."라고 하면서 당연히 관례상 칭찬을 일색 했을 겁니다. 부모님은 거기에 혹했고, 저는 학원에 등록한 것이죠. 선생님이 가르쳐준 데로 그리고, 잘 그린 작품을 따라 그리게 하고, 연필을 잡은 제 작은 손을 잡으며 스트로크 기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실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화가 프레데릭 프랭크는 그의 저서 「사랑에 빠진 나의 눈」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은 무조건 무언가를 기록하는 지진계와 같다. 그 의미를 알 필요는 없다. 화가의 의식적인 간섭이 적을수록 기록은 진실한 맛이 살고 개성적인 것이 된다." (그림 멘토 버트 도드슨의 드로잉 수업 中 에서 발췌)


제 작품세계는 그렇게 누군가의 의식적인 간섭으로 전혀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 미술대회에 나갔지만 미술 선생님의 의식적인 간섭이 제 손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모방과 모사에 그쳐버리면서 완전히 흥미를 읽게 됐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다시 그림에 대한 열정이 생겨서 중학교 때까지 축구만화를 손수 그려서 연재할 정도로 취미를 붙였었는데 학교 선생님께서 "이런 쓰레기 같은 짓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하시며 수개월을 정성 들여 그린 작품을 박박 찢어서 쓰레기통에 쑤셔 넣으셨죠. 잠시나마 만화가의 꿈을 키웠는데...  참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후 미술시간은 정말 재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나이 35세,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 그리기에 다시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제 칼럼에는 종종 제가 그린 그림이 있지만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그림입니다. 저도 의식적인 간섭 없이 정진해서 그린다면 분명 유명 일러스트 작가들처럼 자신만의 그림체를 갖게 되겠죠? 



이렇게 제 자랑을 시작으로 한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서율이가 그림을 상당히 좋아하고, 잘 그립니다. 그림체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아내가 미술학원에 보내자고 합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을 한 것이죠. 사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지만 제 딴에는 아이의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게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서율이는 "아빠, 나 미술학원 보내줘."라는 말에 "미안 아빠가 돈이 없어."라고 했더니 동네방네 아빠가 돈이 없어서 미술학원에 못 보내준다고 하소연을 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요즘 미술학원에 가는 대신 아내가 집에서 미술활동을 합니다. 미술은 창의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존의 틀을 깰 수도 있고, 재료는 또 얼마나 다양한가요? 유치원 교사였던 아내도 색칠공부처럼 정형화된 활동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깨울 수 없다며 아이의 자유로운 미술활동을 옆에서 도와줍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까요? 어릴 적 피아노를 배웠거나 발레를 배웠거나 뭔가를 배운 경험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다 잊어서 못하는 분들이 많죠? 여기서 핵심은 '재미'입니다. 어릴 적 재미있었던 것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고, 유지되면서 뇌 영역에서는 시냅스를 만들어 견고하게 다져나갑니다. 그런데 피아노를 정말 잘 했었는데 커서는 하나도 못한다는 사례는 어린시절 다져졌던 시냅스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 뇌의 대변화가 일어나는 그때 해체되어 버린 것이죠. 우리 뇌는 재미 없었던 것들은 모두 해체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활동에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그런 '즐거움'을 모두 사적 영역에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원가는 늘 호황이죠. 사적 영역은 성과를 내야 하기에 결과를 중요시합니다. 우리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거기서 '탁월함'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겠죠?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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