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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Aug 28. 2018

이 녀석들~ 너희를 중산층으로 만들어 주겠다!!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 공부'] 삶의 탁월함을 배우는 방법

요즘 저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어촌마을 구룡포에서 5년 동안 "초록우산 드림 오케스트라"를 꾸려나가면서 문화예술사업 담당자로서 일하고 있죠. 3년 전 사업 평가회 자리에서 "왜 담당자 선생님은 악기를 배워보시지 않으세요?"라는 물음을 계기로 악기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고, 직장인의 13번째 월급을 더해 생애 처음으로 클래식 악기를 구입했습니다. 악기를 처음 만지는 날 제가 존경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님의 발끝만큼이라도 따라가겠다는 굳음 다짐을 했었죠. 그렇게 오디션을 합격한 초등학교 3학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악기를 하다 보니 한 가지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이런 거였구나!" 지난한 시간을 보내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삶의 탁월함'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2년 동안 아이들 어깨 넘어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일터의 점심시간에서도 조금씩 악기를 연주하며 나름 깨달았던 부분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정말 느리지만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고 있습니다. ⓒ문선종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에 있는 악기 연주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이렇습니다. ①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②월급 500만 원 이상 ③자동차 2,000CC 이상이 대표적인 3가지이고, 그 외에도 통장의 잔고, 해외여행 횟수 등 다양한 기준들이 있습니다. 선진국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우리처럼 양적이 아니라 질적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경우는 페어플레이 하는가? 약자들 편에 서서 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돕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가? 정기적으로 비평지를 구독하고 있는가? 와 같이 삶에 대한 태도와 철학에 대한 것이죠.


1969년 당선된 조르주 장 레몽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능통하게 할 줄 아는 것,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하는 것,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가지는 것,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요리를 아는 것, 나의 일처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꼽았습니다. 다른 부분들은 차치하고, 악기를 다루는 것과 삶의 질에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인간은 절대 가르칠 수 없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탁월함에 있어서 인간을 절대 가르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말 유명한 연주자가 와도 아이들이 그 사람과 똑같이 연주하도록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죠. 오직 아이 스스로가 악기를 연주하고 실패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바이올린에 처음 입문할 때 A현만 긋는 자세 연습을 3개월 동안 했죠. (참 힘들었습니다.) 전문 연주자들은 그렇게 기본을 위해서 연주의 탁월함을 위해서 수년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죠. 이런 탁월함은 절대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왜 중국 무술영화를 보면 고수들이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청소만 시키잖아요.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 때 수저 계급론이 유행하면서 노력해봤자 계급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박탈감에 우리는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잣대에 우리 스스로를 불행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각자 나름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죠. 유렵이 역사적으로 도시화가 빨랐던 만큼 삶의 짊을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의 첫 삽을 거의 40년 전에 떴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죠. 분명한 것은 우리의 중산층 기준이 자본주의 적이고, 양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경제성장을 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줘서 중산층이 되게 하는 것보다 절대 우리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것.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삶의 탁월함'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탁월함'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자세는 프로급이니다. ⓒ문선종

오케스트라를 하다 보면 늘 이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선생님, 힘들어요. 그만두고 싶어요." "선생님 이 악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어요." 신입단원이 입단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이런 어려움들을 토로합니다. 악기 연주에 대해서는 잘 모를 때는 "그냥, 한 번 해봐. 지금까지 배운 게 아깝잖아."라고 했지만 제가 악기를 배우고 나서 상담은 달라졌습니다. 개인면담을 통해 악기 연주는 악기를 잘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를 배우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겨줍니다. 


"그래. 맞아.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려울 거야.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늘 높은 계단을 만나지. 그것을 올라가기가 참 두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할 거야. 옆에서 나보다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 더욱 위축되기도 하지. 그런데 변화는 그것을 극복하는데서 찾아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늘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숙제 때문에 힘든 날에도 친구랑 싸운 날에도 연주가 잘 안 되는 부분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벽처럼 높아 보였던 계단도 올라가 있는 너를 발견하게 될 거야. 그때 너는 삶의 탁월함이라는 것을 음악을 통해 얻게 된단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고, 이 경험이 너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연주를 하다 보면 또 벽에 부딪힐 것이고, 그때도 너는 매일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또 벽을 넘겠지. 그럴수록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고, 너 자신에 대한 존재는 더욱 소중해질 거야. 선배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멋진 연주를 하는 모습 뒤에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어.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 천 번의 좌절과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할지가 중요하지. 그래서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우리 오케스트라는 너에게 멋진 무대에서 박수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좌절과 실패를 가르치고 있는 거지. 악기 연주가 두렵고, 힘들다는 그런 생각이 너를 지배할 때 오직 연주하고, 행동하는 너만이 너를 구할 수 있어. 이 자리에 네가 있는 것도 오디션에 합격하고, 너 스스로가 결정해서 서 있는 거야. 그래서 끝도 네가 결정할 수 있지. 모두 너에게 달려있어. 하지만 선생님이 진심으로 두려운 것은 네가 악기를 내려놓고 저 문으로 나갔을 때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오면 또다시 도망치게 될까 봐서야."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놀랍게도 아이들은 다시 악기를 잡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죠. 이렇게 5년 동안 단원들이 악기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아동의 변화가 보호자들의 변화를 만들었고, 나아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이 세종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섰을 때 저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만든 삶의 탁월함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집에서는 기타를 칩니다. 우리 가족 버킷리스트는 가족밴드를 결성하는 것이죠. ⓒ문선종


악기를 연주하면서 든 확고한 생각은 우리 모두가 삶의 탁월함을 깨닫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 경쟁보다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믿음과 신뢰로 내 주변을 꽃피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비록 서툴지만 삶의 마지막까지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악기를 잡습니다. 자라나는 저의 두 딸도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기를 고대하면서요. 여러분은 어떤 악기를 다루시나요?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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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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