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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Dec 26. 2017

[아빠정명학] 아이 망치고 싶다면 원하는 것 모두 들어


지난 칼럼 「아빠는 아이에게 좌절을 주는 사람」에서 좌절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고 전했다.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넘치도록 많은 서비스와 혜택을 받아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곤 하는데 대부분 응석받이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폭군이 된다. 아이를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퍼주는 엄마들의 뒤에 묵묵히 좌절을 경험시키는 아빠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기다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만약 아이들이 기다릴 줄 안다면 어떨까? 부모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프랑스 부모들은 엄격하고 날카로운 어조로 “아탕(기다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착하게 굴어.”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사쥬(Sage)” 현명해지라고 말한다. 이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존중하라는 뜻이다.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있으면 가족의 삶도 즐거워진다.


여기서 발견한 철학은 길들이지 않는 것이다.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기 위해서 참는 아이들과 4시간의 수유공백기간을 참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시간을 가진다. 기다림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아이가 울 때도 5분을 기다렸다가 안아준다.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는 아이로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기가 혼자 놀 때는 그냥 가만히 놔둔다. 프랑스에서 말하는 최악의 장면은 아이가 혼자 노느라 분주한데 밥을 먹인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다. 즉각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녀란 곧 삶의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카드르(Cadre)’라고 하는데 매우 단호한 제한이 존재하고 부모가 그걸 엄격하게 강제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프랑스 부모들은 주저하지 않고 ‘농(non. 안돼)’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쓴다.

엄마한테 혼나는 녀석. 아빠에게 슬쩍 안기려고 하지만 엄마와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 현명해지라고 당부한 뒤 안아주었다. 18개월이지만 아이가 우리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문선종

건강한 아이라면 울며 떼를 쓰지 않고 ‘안 돼’라는 한 마디에 무너지지 않으며, 조르거나 원하더라도 그걸 바로 움켜쥘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울며 떼쓰는 아이들을 카프리스(caprices, 충동적 변덕)로 본다. 아기가 충동적 변덕을 부리면 다정하게 모든 걸 즉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아이에게 좌절이라니! 있을 수 없어

 

반면 아내는 아이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기죽이지 말라고 한다. 아이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과연 해가 될까? 오히려 이 좌절감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해롭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요시하는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와 같이 RQ[Resilience Quotient, 회복탄력성]라는 중요한 놈이 있다. 적절한 좌절감은 RQ를 높인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이고, 행복감은 꼴찌이다. 바닥에 떨어지면 바닥을 치고, 오는 능력이 회복탄력성인데 바닥에 붙어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아이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아내는 아이와 함께 긴 시간을 놀지 못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 힘들어 끝내 혼을 내고 나에게 넘긴다. 아이에게 좌절을 주지 않으면 부모가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다.

 

좌절을 극복하는 습성, 강력한 힘 된다

 

우리가 좌절감을 준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인내심이 있다고 믿는 것,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 좌절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인생을 간섭해서 행복감을 떨어뜨리고 대신 해주거나 원하는 것을 모두 하게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미움을 받기 싫어서 좌절을 안겨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탐욕과 요구에 무조건 관대해지는 독재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파리 가족심리학자 캐롤린 톰슨은 이야기했다. 부모가 탐욕과 독재를 막아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 스스로 막을 수 있겠냐는 논리다.


내가 상담했던 내담자 중에는 운전대를 잡았다가 다른 운전자에게 모욕과 손가락질을 받은 후 운전은커녕 차만 봐도 불안을 겪는 사람이 있다. 이런 좌절감에 무기력한 어른으로 성장 시킬 것인가? 무릇 진정한 아빠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사람이 아닐까? 그것은 아마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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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문선종

(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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