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는 보이지만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은 "당장 오늘"을 위한 것
오늘만 살자.
그러다 보니 다시 오늘이다.
출산 후 주어진 육아 관련 제도를 알뜰하게 모두 써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를 둘이나 낳았으나 도와줄 조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이야 각설하고, 이제 남은 것은 초등입학과, 그에 맞물린 퇴사뿐일 것이었다.
바라지 않는 결정 또한 구겨진 채 한 손에 쥐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누구는 욕심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구는 현실이라고 부를, 육아도우미, 이모님, 야간연장반, 돌봄 교실 같은 것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다가가기 어려운 선택지였기에 어쩌면 나는 정말 파트타임 잡을 구해서라도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가, 아이가 크는 동안 제도도 자랐다.
무급이긴 해도 육아휴직이 1년이나 더 생긴 것.
눈치가 보이긴 해도.. 나는 휴직의 대가로 급여도 받지 못하고, 고과도 받지 못하니 당연히 승진도 미뤄질 것이고,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라고 다잡으며 중요한 일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휴직을 맞이하는 설렘보다는 다시 다가올 복직에 대한 부담이 더욱 심했다.
경단녀는 면할지언정, 만년 과장은 따놓은 당상이기에...
누군가는 그런 부담을 왜 여자만 지녀야 하냐고 한다.
듣다 보니 억울한가...? 아니, 그런 건 부부의 결정일뿐, 시켜서 하는 게 아닌걸. 정신을 바짝 차리자.
아무도 내게 손뼉 치지 않는 희생이다.
아니, 희생이라기엔 오만한 것 아닐까.
남자는 아이를 남의 손에 쉽게 맡긴다.
그걸 못하고 내 손으로 키워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그저 내 결정일뿐이다.
세상 많은 생활상에 왈가왈부하지 말자.
모두 각자의 뜻으로 각자의 최선을 살고 있다.
당장 주어진 오늘의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나는 눈치가 보일지언정, 진급이 무기한 유예될지언정,
아이의 반나절을 공허하게 두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했다.
그저, 나의 결정이다.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머쓱해야 할 휴직 이야기에
그럴 것 없다. 는 대꾸는
차갑게 들릴 수도, 한없이 큰 배려로 들릴 수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를 키워본 남자사람이,
아이를 못 키워본 여자사람보다..
훨씬 더 내 결정을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
아이러니한 섭섭함을 뒤로한 채,
아이들에게 하듯, 스스로에게 용기를 준다.
당당해져도 돼. 잘못한 게 아니야.
나는 소중해. 내 결정은 나를 위한 거야.
나머지 힘든 일은 복직하는 내가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한 치 앞만 바라보며, 오늘만 잘~ 살았다.
오늘도 특별히, 평범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