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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ul 15. 2022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살아내고 있다

조금은 우울해도 괜찮겠지


거울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아이가 아팠다.

둘째가 일주일, 첫째가 3일 정도. 열흘간 두 아이가 차례로 집에서 나와 함께했다.

아이들은 행복했다. 어린이집도 안 가고,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여유를 부리며 엄마와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니 조금 심심은 해도 마음만은 충만해갔다.


사실 아이들이 아프기 전까지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던 나는 의미 없는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한없이 엎어져만 있었다.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무기력, 그리고 눈물바람에 스스로를 다독여 추스르는데 많은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처음에 아이가 아파서 집에 있게 되었을 땐 또 어찌 하루 종일 놀아주고 삼시세끼 밥을 하고 있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금은 바쁘게 움직이기도, 조금은 웃고 있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정신없는 날들이지만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혼자 있는 시간은 없어졌다. 다행이었다.




둘째 아이가 다시 어린이집에 가고, 첫째 아이도 괜찮아져서 학교에 가고. 나는 또다시 혼자 집에 있다. 또다시 구덩이를 파고 혼자 들어가 엎어져 있다.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알 수 없는 생각을 하며. 쓸데없는 생각 저편에서 자책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거울을 보며 사랑한다고 한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몇 번이고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조금은 괜찮아질까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랑하지 않음을.


어떻게서든 살아내고 있다.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드라마도 보고 커피와 술을 가까이하며. 육아를 하며.


때로는 괜찮아지고 싶어서 아이들 생각을 한다.

오동통한 손바닥, 막 씻고 나왔을 때의 엉덩이, 얼굴 가득한 솜털, 나를 향해있는 입술, 머리칼을 귀에 꽂는 손가락, 웃을 때 찡긋거리는 코, 듬직한 어깨, 작게 쏙 들어간 배꼽, 나를 부르는 목소리.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하나하나가 나를 깨운다. 엄마 괜찮다고. 우리가 있다고. 함께 행복하자고.

양쪽에서 내 손을 잡아준다. 아이들이 나를. 작은 아이들의 손을 양손에 쥐고 오늘도 살아간다. 열심히 사랑을 받아 또다시 말한다. 나에게. 거울을 보며.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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