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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ul 18. 2022

남편이 회식할 땐 다이어트를


나.. 내일도 회식인데?



"또? 뭐 맨날 회식이야?"


'맨날 회식'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이미 화, 수, 목 연달아 회식을 하고 들어온 남편이 금요일도 회식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맨날 회식' 맞다.

지난주에 네 번, 지지난주에 세 번.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 매주 이런 식이다.



거리두기 할 때가 맘 편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을 때도, 놀이터에 가자는 아이들을 달랠 때도 핑계대기 딱 좋았다.

군인인 남편은 부대 지침을 잘 따라야 하므로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친구와 만날 때도 인원수를 꼭 지키고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 바로 집에 들어왔다. 부대에서도 회식이 없어졌다.

회식이 없으니 남편은 조금의 야근을 마치고 집에 왔다. 그럼 아이들도 아빠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남편도 집에서 쉴 시간을 보장받으니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에 남편은 나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잠들면 우린 술 한잔과 함께 가끔 야식타임도 가졌다. 매일 밤 둘이 하는 데이트처럼 나에겐 둘의 밤 시간이 특별했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기도 하고 드라마도 같이 보며 사이좋은 부부로 거듭났다. 서로에 대한 불만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 하는 다툼의 끝은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거리두기는 끝났다. 부대에서는 다시 회식을 시작하고 남편은 꽤 자주 불려 나갔다. 밤 11시~12시에 집에 들어와 아침 6시면 출근을 한다. 일주일에 세, 네 번씩 회식을 하면 남편은 주말에 거의 눈을 감고 있다. 야근을 할 수 없으니 일이 쌓여있어 주말에 또 출근을 하기도 한다. 참 안타깝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육아를 하며 남편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남편에게 불만이 쌓여간다. 둘째 아이는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데 집에서 도통 볼 수 없는 아빠에게 제대로 삐졌다.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회식. 꼭 머리끝까지 술이 차도록 마셔야 하는 걸까.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오는 남편을 보면 참아 눌렀던 화가 한순간에 폭발한다.





그런데 남편이 자주 회식을 하니 내 몸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자꾸만 몸무게가 줄어든다.

남편이 저녁에 없으니 아이들만 밥을 챙겨주고 나는 아무거나 대충 때우게 되었다. 아! 야식을 안 먹게 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 혼자 무슨 재미로 야식을 시키겠는가. 치킨과 피자, 족발은 저절로 멀어졌다. 배달 음식비도 줄었다.

써놓고 보니 남편의 회식은 나에게 엄청나게 유익하다! 다이어트! 줄어든 바지 사이즈! 배달 음식비 절감!


며칠 전 남편은 밤 11시가 넘어 들어와 나에게 미안한지 취한 채로 꾸역꾸역 드라마 한 편을 같이 보고는 새벽 1시에 잠이 들었다. "내일도 회식"이라는 말을 남기고 꿈나라 저편으로 급하게 코를 골았다. 회식자리를 즐겨하지 않고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 안쓰럽다.


남편과의 단란한 밤 시간도 줄어들고 내 몸무게도 줄어들었다. 나의 살은 줄어가는데 남편의 살은 늘어간다.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남편. 밤엔 술을 마시고 아침에는 간 건강 영양제를 챙겨 출근한다. 안타깝다. 회식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남편을 위한 불만이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남편 회식 다이어트.


이번 주엔 또 몇 번의 회식이 있는지 물어본다. 이번엔 얼마나 몸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여기에 지난 다이어트 때처럼 운동을 병행해볼까. 지금이 기회다. 남편의 회식이 잦은 이때! 다이어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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