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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Aug 03. 2022

나에게 친구가 없는 건

누구 때문이겠어?


근데, 왜 내 얘기만 써?




어쩌다 보니.

나의 브런치에는 남편과 관련된 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커피이야기, 시댁 이야기, 회식 이야기. 최근에 쓴 여름에 각방을 쓴다는 글에는 남편이 팬티바람으로 다닌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글이 하필 다음 메인에 올랐다. 남편은 자신의 팬티가 만 명에게 읽혔다며 약간 민망해했다.


"왜 내 얘기만 써?"

답은 간단했다. "나한테 오빠랑 애들 말고 누가 있어."


누가 없다. 남편과 아이들뿐. 엄마, 아빠, 어머님, 아버님 외 가족 빼고. 아무도 없다. 가족만 있을 뿐.

친구가 없다. '그냥'심심해서 전화 한 통 걸 친구도. 시답잖게 의미 없는 카톡을 보낼 친구도. 커피 한잔 하자고 불러내 수다 떨 친구도. 아무도 없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내게 친구가 없는 것은 아마도 결혼과 동시에 예정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군인 남편을 만나 이곳저곳 7번의 이사를 했다. 그동안 여러 지역에 살면서 친구 한 명 못 사귀고 다시 이사 가는 것을 반복했다.


결혼하고 신혼집은 전북 정읍. 결혼하자마자 지방으로 내려가고 금방 뱃속에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친구들과의 연락이 대부분 끊겼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까지도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강원 삼척. 집이 바로 바다 근처라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한 번 놀러 와 보더니 너무 멀다며 다시 오지 못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나를 쏟아 바친 삼척. 또 한 번의 고립이었다.


그 뒤로 용인과 서울에 살며 친구들과 조금 가까워졌지만, 다시 인천으로 이사. 인천에서도 바쁜 남편과 마냥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며 많이도 외로웠다.

그다음은 동탄. 관사가 아닌 아파트에 살게 되어 여러 친구들을 만들어준 고마운 곳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웃으며 지냈던 곳이 아니었다 싶다.


결혼 후 이렇게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것을 왜 말 안 해주었냐고 신혼 초 남편에게 물었었다.

남편은 "나도 몰랐다"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남편에게 속아서 결혼한 듯.)




지금은 서울에 산다.

가장 북적이는 도시 서울. 사람으로 넘쳐나는 이곳에서 나는 지금 방 안에 울타리를 쳐놓고 글을 쓴다. 어느 순간 사람을 사귀기 위한 노력이 피곤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의 시작을 위해 처음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버거워졌다.


매일 친구 한 명 없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친구가 없다는 것은 때론 외로움을 만들고, 그 외로움은 나를 둘러싸 우울로 빠트리곤 한다. 우울때문에 괴로운 날들이 종종 찾아와 눈물로 하루를 채우는 날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친구를 만들고 싶진 않다. 자신이 없다.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을 자신이. 나는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여러 지역을 이사 다니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깎아먹은 탓일까.


외로울 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유튜브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혼자서 즐길거리는 차고 넘친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서도 혼자 구석에서 조용히 눈으로 아이들을 쫓으며 챙기다 우리끼리 집으로 돌아온다.

내 핸드폰엔 물론 아이의 친구들 엄마 번호가 몇 개 저장되어있다. 하지만 어쩌다 안부인사뿐. 커피 한잔도, 밥 한 번의 약속조차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남편을 붙잡고 눈물을 쏟으며 원망했을 때가 있었다. 당신 한 사람만 보고 지방으로 이사 다니며 나는 친구 한 명이 없다고. 당신 때문이라고.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친구도 없이 혼자 아기 키우며 너무 힘들다고. 내 손바닥 가득 눈물을 닦고 또 닦았었다.

그날, 남편도 같이 울었다. 자기도 똑같다고. 그걸 몰랐냐고. 부대 옮길 때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적응해야 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만날 수 없는 상황도 나와 똑같다고. 자신에게도 당신뿐이라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친구가 없는 건 환경에 애써 적응한 나의 노력이었을까. 아니면 환경이 나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나는 친구도 없이 남편만을 의지하며 서울에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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