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선 Jul 28. 2022

시간이 나면 브런치를 읽어요

중독인가 봐요. 너무 재밌어.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전날 밤, 귀 바로 옆에 핸드폰을 두고 잔 탓에 알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덕분에 눈은 금방 떴지만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해 다시 눈이 감긴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붙잡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시간을 확인하고, 내 손가락은 자동으로 브런치 어플을 누른다.


오늘은 어떤 글이 올라왔을까?

이 글, 저 글 기웃거리다가 "엄마!" 하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아. 애들 앞에서 핸드폰 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은데. 또 들켰네. 아침밥이나 차려야지.



아침은 바쁘다.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예쁘게 로션도 발라주고, 머리도 빗겨주고, 가방 싸는 것을 도와주고. 그리곤 내 차례. 내 얼굴도 좀 씻고, 선크림도 바르고, 화장은 안 해도 눈썹은 그리고, 옷도 갈아입고, 식탁을 대충 치우고는 둘째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빠는 방학이라 학교에 안 가는데 자기는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게 슬픈 작은 아이를 달래어 들여보낸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첫째가 집에서 기다린다. 터덜터덜. 너덜너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설거지. 약간의 집 정리. 바닥청소. 빨래 돌리기. 빨래 개기. 심심하다는 아이 달래기. 아.. 방학은 이런 거구나. 나도, 아이도 처음 겪는 방학 첫날이다.

방학이 따로 없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올해 학교를 간 아이는 방학을 엄청나게 기다렸다.

방학 첫날. "심심해! 나 뭐해?"라고 5분에 한 번씩 물어본다. 막상 방학이 되니 심심하지.


나에게 필요한 건 외면이다.

커피 한잔을 식탁에 올려놓고는 핸드폰을 들어본다. 브런치 어플을 누른다. 그 사이 핸드폰을 든 엄마를 본 아이. 눈치를 살핀 아이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나의 시야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뻔하다. 유튜브나 보고 있을 것이다. 아. 핸드폰 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그래 뭐. 잠깐은 눈감아주겠다 생각하고 브런치에 집중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글들. 다 읽을 순 없지만 시간이 되는대로 읽는다.

사는 이야기. 가족, 친구, 자식 이야기. 생각. 과거. 감정. 여행. 음식.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재밌다. 재밌게 읽은 보답으로 라이킷을 누른다.

그래. 난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여렸을 적부터 엄마는 주변 지인들에게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해~"라며 자랑하시곤 했다. 결혼을 하고 첫째를 임신해 입덧이 심해 누워만 지냈을 때도 핸드폰 할 힘은 없었고 책 읽을 힘은 있었다. 나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매일 많은 작가님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올린다. 그 속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을 찾아 읽고 느낀다. 거창하지 않아도, 소소한 이야기라도 어찌나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지. 세상에 글을 잘 쓰는 분들은 여기 다 모여있는 듯하다.


처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고 며칠 구경하다 어느 순간 설렜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글쓰기에 대한 도전 의지. 몇 가지의 감정들이 한동안 나를 꽉 채워서는 늦은 밤까지도 잠 못 들게 했다. 브런치는 나를 설레게 하고 도전하게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금도 글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읽으며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고서. 커피를 사러 가면서도.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앉아서.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에도. 잠들기 전 캄캄한 침대에서도. 졸린 눈을 붙잡아가며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오늘도 늘 그렇듯 시간이 생기는대로 손가락은 브런치 어플을 누를 것이다. 재밌다. 브런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에는 잠자는 바이올린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