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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Sep 22. 2022

글 하나를 내어놓는다는 것


글쓰기 참 어렵다. 문장 하나하나 쓸 때마다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고를 반복한다. 단어 하나 쓰고 그다음 단어를 고민한다. 고심한 문장들이 모여 한 문단을 이루면 그다음 문단을 위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엉킨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쭈뼛쭈뼛 온 감각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깜빡이는 커서가 다음 문장을 재촉하는 것처럼 보여 책상과 붙은 하얀 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이렇다 보니 글을 써 내려가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일주일에 두 편만 제대로 써서 올리자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편. 겨우겨우 쓰고, 고치고 고쳐서 내놓는다. 말주변도 없고 글재주도 좋지 않아서 이 정도 글이라도 써지는걸 다행으로 여긴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붙잡고 오늘도 글을 써본다. 일기인 듯 에세이인 듯 모를 글을. 브런치에 올려도 될까 싶은 글을 써서 올린다.




이런 내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기억의 끝은 올해 초. 분명 외롭고 아픈 마음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곧 행복해졌다.

그땐 그 행복이 온전히 나의 것인 줄 알았다. 내면에서 우러나온 행복인 줄 착각했다. 가족에게 사랑으로 둘러싸여 사랑 가득한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한 착각은 순간순간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외롭고 아픈 나로.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견고하지 못하고 흐물거리는 정신상태로 말이다. 글을 쓸수록 허물을 벗어 결국 내면의 날것 그대로의 글이 나오고야 만다.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많이 기쁘다. 그땐 글을 쓰는 것에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참 재밌었다. 그다음엔 꿈이 커졌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책을 내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두근거렸다.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러다 곧 부러워졌다.

매일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작가님들의 글 사이에서 금방 위축됐다. 하루에 글 하나씩 올리는 작가님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평범한 일상의 글도 읽는 순간 푹 빠지게 만드는 필력에 매일 눈을 못 떼고 읽었다.


글이 가득한 브런치 안에서, 아이 둘이 자라고 있는 집 안에서 키보드에 손도 올려놓지 못한 채 눈은 흐릿해져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다. 사실 이 글은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하는 고백과 자책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 하나를 내어놓고 밤이 오면 또다시 브런치에 있는 글쓰기 버튼을 누를 것이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방의 문을 살짝 닫아놓고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려 애쓸 것이다. 분명 글쓰기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글쓰기는 어딘가의 끝에 위태하게 서있는 나를 절대 두고 보지 않는다. 나를 잡아다 글을 쓰게 하고 반짝이는 정신을 주고는 힘을 내 살아가게 한다.


글쓰기.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오늘의 흐리멍덩한 시간도 글을 쓰며 선명하게 바꿔본다. 내일도 이렇게 글쓰기로 짙어지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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