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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Oct 24. 2022

애데릴라의 통금시간

그만 놀아! 애들 데리러 가야지!

 

"우리 성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얼른 나와!"



성수동!

4년 만에 만나는 친구는 성수에서 회사 미팅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친구의 점심시간에 맞춰 성수로 갔다. 주부 둘과 아가씨 하나. 주부 두 명은 성수동 거리가 그저 신나서 두리번거렸다. 둘 중 하나는 나다. 나는 성수에 처음 와본다고 했고 곧 결혼 예정인 친구는 정말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애 키우느라 그랬다. 남들 노는 2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놀 줄 모른다. 핫플도 안 가봤다. 나에게 핫플은 아이 둘과 복닥거리는 우리 집 하나다. 그날의 성수동은 설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에너지 넘치던 성수동은 나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처음 가본 그곳은 눈 돌아갈 만큼 사람도 맛집도 많았다. 눈에 보이는 식당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고, 감각적인 카페와 공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 여긴 뭐하는 데지? 이런데도 있네? 여기도 맛있겠다!"

마치 놀이동산에 처음 와본 아이처럼 모든 게 반짝여 보였다. 애엄마의 나들이는 이렇다. 남들이 쉽게 가는 식당과 카페라도 신기하고 특별한 것이다. 주부에게 남이 차려주는 밥은 그것이 무엇이든 5성급 호텔에서 먹는 밥과 같고 애 없이 마시는 커피는 기적의 생명수와 같다. 그날, 성수동에서의 점심과 커피는 완벽했다.  




맛있었던 소바와 튀김. 뭔들 안맛있을까!



완벽한 시간을 길게 느끼고 싶어 바쁘게 움직였다. 주부 두 명, 회사에 점심과 미팅을 이유로 대놓고 나온 친구 하나. 셋은 점심을 먹고 재빨리 카페로 향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3층짜리 카페를 구경하며 주부들은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커피 세 잔과 디저트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열심히 떠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던 우리는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쉴 새 없이 서로의 근황을 얘기했다. 부지런히 그리고 빨리.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3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이 기다린다.


"엄마~ 언제 와~?"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시계를 한번 확인하고 조금 남아있던 커피를 들이켰다. 시계를 한번 더 확인하고 결국 그 말을 꺼냈다.

"근데.. 나 이제 가야 해."

아쉬움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흐를 정도였다. 한 명은 4년, 한 명은 6개월 만에 만나서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만나자는 약속도 해봤다. 과연 지켜질까.





주부 두 명은 자유로웠던 옛날을 회상하며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우리는 좀 더 여유 있는 만남을 원한다. 애데릴라 두 명이 원하는 건 주말, 맥주 그리고 밤. 20년 지기 친구들과 어릴 적 재밌었던 날을 다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날의 신났던 성수동에서의 시간도 애데릴라에겐 모자라다. 정해진 통금시간이 있기에 그저 아쉬운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아쉬워도 애데릴라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자주 오지 않을 기회를 잡아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또다시 시계를 몇 번씩 확인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릴 것이다. 아이들이 기다리니까.


아직도 그날 흘리고 온 아쉬움이 성수동 그 자리에 남아있다. 그 아쉬움 다시 가지러 가야겠다. 다시 만나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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