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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un 03. 2022

여름에 아이의 손을 잡고

나는 아이의 세상 전부가 되었다



그날따라 아이는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 발이 아프다 하면서 어리광을 부렸다.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다 마쳤는데도 가기 싫은지 가방을 싸다가도 투정을 부렸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나에게 와서 오늘 어린이집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어도 보았다. 나도 나의 할 일이 있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찍 데리러 가겠다는 말로 잘 타일렀다. 두시 조금 넘어서 데리러 가겠다고. 그러자 갑자기 얼굴이 활짝 펴서는 꼭꼭 약속이라며 웃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약속을 꼭 지키기로 했는데, 할 일을 하다 보니 2시 반쯤 데리러 가게 되었다. 많이 기다렸겠다는 걱정과 달리 아이는 행복해하는 웃음과 함께 나와주었다. 신발을 신고 나와 손을 잡고 쫑알거리는 아이의 말소리를 들으며 집에 가는 길은 온 세상의 따뜻함이 모두 나에게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집에 가던 길 날씨가 많이 더워진 초여름 날씨에 나는 "너무 덥다"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데?"라며 씩 웃어 보였다. 

나에겐 덥기만 한 날씨였지만 아이에게는 엄마와 단둘이 손잡고 집에 가는 길이 행복 그 자체였으리. 그러니 더운 날씨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더 와닿았겠다 싶었다.

 



아이는 엄마의 일부가 될 수 없는 하나의 인격체지만,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세상 전부일지도 모른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는 온 세상을 손에 쥔 기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도 나를 사랑해 주는 아이를 키우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나를 절실히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평생을 사는 동안 유일한 최고의 행운일 것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의 속 사정을 털어놓았다. 2시부터 기다렸다고. 2시에 양말을 신고 가방을 메니 선생님께서 아직 엄마 안 오셨으니 가방은 내려놓자고 하셨단다. 그래서 친구와 한참을 더 놀았더니 엄마가 왔다고. 왜 늦게 왔냐고 투정 부리지 않고 웃으며 하는 말들이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 나보다 더 마음이 예쁜 아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세은이 누구 딸?" 하는 물음에 "엄마 딸" 하고 예쁜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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