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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un 09. 2022

남편을 보면서 어디 한번 설레 볼까?



우리는 8년 전 가족이 되었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을 보고 설레버렸다.


남편은 글을 쓰고 있는 내 옆을 지나가며 씩 웃었다.  

그때는 남편에게조차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지금은 남편과 몇몇 지인만 안다.) 열심히 글을 쓰다가도 남편이 지나갈 때마다 괜히 인터넷 창을 띄우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척을 했다. 그러다 보니 힐끔힐끔 남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옆을 지나가던 남편은 나에게 자꾸만 말을 걸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환하게 웃고 있던 남편의 얼굴이었다.


남편의 웃고 있는 얼굴 표정은 참 예뻤다. 나를 바라보는 눈과 올라간 입꼬리. 남편의 마음이 표정에 투영되어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때의 설렜던 남편의 표정을 내 머릿속에 그려보고, 다시 그려보며 시를 썼다.





설렘


당신의 눈이

나를 향해 웃고 있네요


입술 위에서 춤을 추는

붉은 설렘도 마찬가지죠


내 손 위에서 당신 손이

두근거리는 것을 아시나요


당신의 분홍빛 마음이

온 힘 다해 나에게 오고 있는 것을

나는 아까부터 알아챘답니다






사실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삶에 생기가 없었다.

매일같이 힘들다는 말에 사는 게 재미없다고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나를 보는 남편의 눈빛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눈만 마주쳐도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생기 있고 바쁘게 산다. 그리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남편과는 시시한 대화를 할 때조차 발랄하다. 가끔 밤에 위스키 한 잔씩 하면서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공부 이야기, 아이들 친구 이야기, 내가 글을 쓰는 이야기 등을 하며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비교적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우리는 '잘 맞는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현재 진행형 사랑'인 남편의 이야기로 글을 쓰게 되면 마음에 안정감이 든다. 설레는 사랑 글을 쓰게 되는 날엔 내 마음까지도 하루 종일 설레게 된다.  


내일도 남편을 잘 보며 한 번, 두 번 설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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