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선생님 Mar 30. 2018

팀장님, 저 내일 출근 안 합니다!

라고 말할 수 없을 때 알아야 할 것들 

"넌 생각을 안 하니?"


우리는 이런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팀장님이 시키는 대로 진행한 업무가 임원 마음에 안 들었을 때 '이거 팀장님이 하라고 하신 건데요?'라고 말하면 일이 커진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입을 닫습니다. 자리에 돌아와서 앉으니 정신이 아득합니다. 이 억울함을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학교를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방정식보다 중요한 건 생존 요령인데 우리는 배운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뽑았습니다. 상사가 폭언할 때 나 자신을 지키는 신입사원 생존 요령!  



신입사원 생존 요령 첫 번째 -  흘려듣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말은 귀는 열고 입은 닫아야 하는 신입사원의 정신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업무와 관련 있는 말' 혹은 '(인성이 좋은)다른 사람의 가치 있는 말은 경청해야 한다'라고 정정합시다.


신입사원은 조언으로 포장된 수많은 말을 듣게 됩니다. 사생활에 대한 오지랖, 옆 부서 신입과 비교하기, 깎아내리기, 성차별적인 발언 등이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달려듭니다. 


모두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고 기억하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너무 자주 열 받아서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그런 말을 듣다보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그러니 '이 사람은 아니다'싶은 사람이 업무 외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다음과 같이 행동합시다.


1) 귀를 닫는다.
2) 눈은 상대의 입을 본다.
3) 상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라고 말한다.


신입사원 생존 요령 두 번째 - 목표는 내 마음 편해지기 


가끔 '사이다 같은 발언'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의사표현을 하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한 비장의 말을 꺼낸다고 그 사람들이 문제를 깨우치고 반성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현실에서 '사이다 같은 발언'이 생각보다 통쾌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납득하지 않습니다. 납득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팀장 "미투 그거 다 꽃뱀이야. 앞날이 창창한 사람 죽게 만들었으면 그게 꽃뱀이지 뭐야? 죽은 사람만 불쌍해'
신입 "지금까지 성폭행으로 죽은 여자가 몇 명인데 자기 의지로 죽은 가해자가 불쌍해요?" 
팀장 "그건 그렇네 ~ 그래도 자기들도 즐겼으면서 나중에 뒤통수치는 건 아니지" 
신입 "네?.. 아..(환멸)"

(실제 있었던 대화를 과장 없이 재구성했습니다) 


내가 더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해서 혹은 더 단호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자책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 마음 후련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생각으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기억합시다. 내가 부족해서 그들이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닙니다. 



신입사원 생존법칙 세 번째 - '더 나은 회사는 있다'는 걸 명심하자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니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회사 욕 혹은 상사 욕. 그러다 보면 세상의 회사가 다 안 좋은 거 같습니다. '아니, 우리 회사만 이상한 줄 알았더니 어디든 그렇네!'라고 생각하시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최악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이 최악이 아니라는 법은 없으니 늘 의심해야 합니다.


친구A는 전환형 인턴으로 한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아르바이트와 다를바 없는 월급이었지만 A는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입사 첫 날 팀장에게 받은 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1) 운동화 착용 금지 
2) 실내 슬리퍼 착용 금지
3) 후드티 착용 금지 
4) 상사가 퇴근한 이후라도 (혹은 연차더라도) 카톡이나 문자로 퇴근 허락받은 후 허락할 때까지 대기
5) 연차는 화, 수, 목만 사용

(친구 A가 실제 받았던 메일의 일부입니다)


친구 A는 점심밥 먹을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그 팀장 아래에서 3개월을 버텼습니다. 정직원 전환을 거부한 친구에게 그 팀장은 "대기업은 나이 많고 학력 좋은 너 같은 여자 싫어해. 너 받아주는데 없을걸?"이라는 폭언을 했습니다. 지금은 큰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는 친구 A는 모든 회사가 다 그럴까 봐 무서웠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신이 내린 직장은 없을지라도 더 나은 회사 배울 점이 있는 상사는 분명히 있습니다. 


힘들면 퇴사하라! 는 말은 아닙니다. 어디든 처음엔 대부분 힘든게 사실입니다. 업무에 적응하고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내 자존감을 끝까지 갉아 먹는다면 '더 나은 회사는 있다'라는 걸 명심합시다. 


'이유 없는 지옥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끈기가 부족해서 혹은 부적응자여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습니다.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입사원에 관한 글을 쓰면 언제나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글쓴이가 아직 사회생활을 잘 모르는 듯' 

맞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회사보다 중요한 게 나 자신이라는 건 잘 압니다.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서 행복하게 일하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게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지금 잘 모르면 뭐 어떤가요 이렇게 알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걸요. 그러니 다른 신입사원들도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며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잘 할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애를 하면 살고 싶어 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